[데스크칼럼] 박원순의 ‘낮잠실험’

입력 2014-07-24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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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은 얼굴에 대해선 ‘씹을’ 부분이 꽤 풍성한 분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화끈하게 짝 째진 눈, 얼굴과 전혀 균형이 맞지 않는 대단한 크기의 코, 반쯤 훌러덩 까진 앞이마, 웃을 때 자글자글 지는 주름…. 보통의 한국 남성들에게조차 희망을 담뿍 선사하기에 충분한, 그런 얼굴이다.

그런데 요즘 필자는 박 시장이 참말로 잘생겨 보이는 희한한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째진 눈에선 뭔가 모를 무한한 정이, 그 엄청난 코에선 결연한 의지가, 까진 이마에선 거칠 것 없는 시원스러움이, 그 주름에선 그의 진솔함이 읽힌다. 아마 극악한 귀신에게 단단히 홀리거나 과도한 스트레스로 정신이상이 되지 않고선 불가능한 일 아닌가.

그래서 필자는 곰곰이 뇌세포의 활동을 최대한 활성화 모드로 맞춰 놓고 이 해괴망측한 증상의 연원을 추적해 보았다. 수십 차례의 탐색 끝에 찾아낸 증상 발생 시점은 바로 지난주 어느 날. 서울시가 직원들에게 낮잠을 허하기로 했단 소식이 홀연 내 레이더망에 잡힌 그날이었다.

다음은 뉴스를 요약한 내용.

‘서울시가 점심시간 이후 오후 1시부터 6시 사이 낮잠을 희망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1시간까지 낮잠 시간을 허용하기로 했다. 서울시 낮잠 정책은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 등 지중해 연안 국가에서 시행하는 ‘시에스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를 통틀어 직원들의 낮잠시간을 보장하기로 한 것은 서울시가 처음이다. 다만 낮잠으로 1시간을 사용하면 정상 근무시간(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앞뒤로 한 시간 조기 및 연장 근무를 해야 한다. 법정 근무시간인 8시간을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낮잠을 희망하는 서울시 직원들은 출근 뒤 부서장에게 신청하면 된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부서장들은 승인해야 한다.’

필자는 사실 6월 24일 자 데스크칼럼에서 ‘기업이여, 낮잠을 허하라’는 가히 선동적인 주장을 설파한 적이 있다. 일본 오사카의 유명 IT기업 휴고가 오후 1시부터 4시 사이에 책상이나 사무실 바닥 등에서 널브러져 낮잠을 잘 수 있게 하는 것. 후쿠오카 현의 메이젠고가 학생들에게 점심 먹고 15분 동안 낮잠을 자게 하는 것, 일본의 후생노동성이 지난 3월 국민들에게 낮잠을 적극적으로 권유한 것,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의 저명한 두뇌과학자인 빈센트 월쉬 교수가 최근 영국 첼트넘에서 열린 과학 페스티벌에서 낮에도 두뇌가 쉴 시간을 줘야 업무 및 학습 효율이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는 것 등 나름 정밀한 근거를 제시한다고 안간힘 쓰긴 했지만 이게 정책화한 건 필자로서도 지극히 의외다.

이건 변화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직원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이 없으면 도대체 실천하기 힘든 정책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 시장이 이런 역경을 가뿐히 뚫어내고 낮잠을 허하기로 했으니 갑자기 박 시장이 잘생겨 보이는 건 당연지사. 아니, 광화문 네거리에서 어느 유명한 CM대로 ‘잘생겼다, 잘생겼다. 박원순’을 목청껏 외쳐도 십분 고개가 끄덕여질 일이다.

생각이 여기 미치자 필자의 원인 모를 증세에 대한 걱정이 한순간 확 가셨다. 내가 미친 게 아니었다.

물론 이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세간의 지적도 있다. 정책 세부 내용을 보면 서울시 직원들이 1시간 동안 낮잠을 자기로 했다면 당일 오전 8시에 1시간 조기 출근하거나 오후 7시까지 1시간 늦춰 퇴근하게 돼 있는데 먼저 나오거나 늦게 퇴근하는 것을 감수하면서 낮잠을 신청할 사람이 몇 명일지 의문이라는 소리.

그래서 낮잠 신청자를 확 불리기 위해 뭔가 필요한 것 같다. 가령 낮잠에 신청하는 직원들의 출근과 퇴근 시간은 현재처럼 오전 9시와 오후 6시로 하되 집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방법 같은 것 말이다. 사실 1시간 근무도 부자유의 공간인 사무실에서 얼굴 대변하기 싫은 상사들의 ‘전면 강압 수비’를 받으며 하는 것과 집에서 반바지 입고 무한한 해방감 속에서 하는 것은 180도 다르다. 직원들은 1시간 근무에 대한 심리적 부담을 훌훌 털고 자유 속에서 일할 수 있으니 흔쾌히 낮잠을 신청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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