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량급’ 토종 제약회사들이 ‘헤비급’ 자본력을 가진 다국적 제약사와 세계무대에서 경쟁하기 위해 똘똘 뭉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블록버스터급 신약개발을 위해 제약사 간 공동 연구개발(R&D)뿐만 아니라 산업·대학·정부출연연구기관·정부가 합종연횡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이에 대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제네릭(복제약) 중심으로 성장해온 국내 제약사는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만들어온 다국적 제약사에 비해 기초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매우 부실한 게 사실이다.
또 연구개발에 들일 수 있는 비용에서도 차이가 크다. 미국 제약협회(PhRMA)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제약사가 신약개발에 들이는 비용은 8억~13억달러(1조~1조3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반면 국내 제약사의 연구개발비는 평균 200억원에 불과하다. 국내 제약사 가운데 매출의 10%를 연구개발비에 쏟아붓는 한미약품과 LG생활과학이 1000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제약사 자체 역량만으로 신약 개발을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이 같은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산·학·연·관’이 똘똘 뭉치기 시작했다. 대학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신약 관련 기초연구나 특허를 제공한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등 정부출연연은 이를 바탕으로 제약사가 신약개발을 할 수 있는 중간단계의 연구를 진행한다. 제약사는 이를 바탕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신약 생산준비와 함께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세워 상품화한다. 정부는 신약개발에 지출되는 자본의 일정 부분을 지원한다. 이 같은 과정은 분리 돼 있지 않고, 회의나 인력교류 등을 통해 유기적으로 이뤄된다.
이와 관련한 모범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아주대학교는 지난 30일 ‘글로벌개량신약연구개발센터’를 설립하고 국내 5개 제약사와 함께 5년 동안 글로벌 개량신약 개발에 돌입했다. 정부가 135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기업은 44억원을 투입해 교수진들과 제약사 실무자들이 공동연구한다.
신풍제약은 포스텍으로부터 C형 간염 치료기술을 이전받아 상용화에 나섰다. 상용화에 성공하면 6조원에 달하는 세계시장에 본격 진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동성제약은 원광대학교와, 삼아제약은 인천대학교와 함께 신약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일동제약은 가천대학교와 길병원과 함께 신약개발 뿐만 아니라 의료기기, 진단시약 개발을 위한 협력에 나서 산학연관의 모범 협력사례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