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해 개별기업이 운용상의 주도권을 갖는 퇴직연금 펀드를 허용함에 따라 기업들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기금을 운용하는 수탁자에게 보수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관리비용이 증가하고, 기금형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기 때문이다.
27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사내 기금운영위원회가 자산 운용을 책임지는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나 현대차 등 개별기업이 수조 원 규모의 퇴직연금을 좀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운영해 수익률을 높인다는 목적이다.
그동안 대부분의 기업이나 근로자는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약하는 ‘계약형’ 방식의 연금 제도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보험연구원 조사 결과, 우리나라 퇴직연금의 소득대체율이 약 13%를 기록하는 등 수익률이 매우 낮았다. 개인연금 소득대체율이 8.2%인 것을 고려해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 권고하는 소득대체율 40%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근 수익률을 보더라도 적립금의 90% 이상이 원리금 보장상품에 몰려 있어 6분기 연속 분기 수익률이 0%대에 벗어나지 못해 연간기준 3%대 초ㆍ중반의 저조한 수익률을 거두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기금형 전환에 앞서 정책적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기금을 운용하는 수탁자에게 보수 등 관리비용을 지급하기 때문에 비용이 증가하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심수연 자본시장연구원은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비용 부담이 기업의 도입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도입 시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함께 고려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일본도 300인 이상의 근로자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만 기금형 지배구조를 허용하는 등 기금형 전환의 거부감을 최소화하고 있다.
기금형을 관리·감독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부담도 제기되고 있다. 기금형 도입으로 개별 연기금으로 운용이 분산되면 직접적인 감독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2년 일본 퇴직연금 운용사인 AIJ자산운용은 매년 큰 폭의 손실이 났음에도 운용보고서를 허위 작성하는 식으로 부실을 감춰 약 2조8000억원의 수탁금 중 90%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