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할 일이 많구나'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기업인들을 위한 '핫라인'이 개설되니깐 이런 애로점들을 많이 얘기해 달라."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간담회'가 끝난 후 꺼낸 한 마디다. 그 만큼 이날 중소기업인들이 꺼내놓은 현장애로 건의사항이 절박하고, 많았다는 의미다.
중기중앙회가 이날 산하 협동조합 등으로 대상으로 추린 현장애로 건의사항은 크게 12가지다. 종류별로는 △산업ㆍ중소기업 지원 △투자ㆍ연구개발(R&D) △세제 △공정환경 조성 △소상공인 지원 △경영애로 해소 등 6개로 분류된다.
이날 간담회는 처음부터 중소기업인들의 강력한 건의들이 오갔다.
게임산업 규제 완화를 건의한 고병헌 어뮤즈먼트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게임산업이 문화부로 이관된 이후 전문성 없이 규제만 늘고 있다"며 "융복합적인 게임 특성상 주무부처를 문화부에서 미래창조과학부나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시켜 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지만 공무원들이 잘 받아들여 주지 않는다"며 다소 과격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박대춘 소상공인연합회 공동회장은 개별소비세 인하를 주장했다. 그는 "국민소득 소비패턴 등을 감안했을 때 1997년 제정된 개별소비세 인하는 불가피하다"며 "세월호 사태로 여가산업이 침체돼 있는 만큼, 소비 촉진을 위한 인센티브가 절실하니 개별소비세 품목 인하, 세율 인하 등을 검토해달라"고 건의했다.
중소기업 해외진출 지원과 전통식품 사업 지원 등에 대한 건의도 오갔다. 이재화 의료기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소기업 수출 필요성에 반해 마케팅 관련 예산이 오히려 감소해 수출 중소기업 100만개 육성에 대한 의구심이 든다"며 "해외전시회를 통한 판로확대 비중이 큰 만큼, 관련 예산을 늘려 달라"고 건의했다.
정락현 죽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뿌리산업의 경우 정부가 200억원 넘는 지원을 하고 있는데 전통식품산업에 대한 지원은 전무하다"며 "또 전통식품업체 42%의 매출이 1억원 이하인데, 이미 대기업이 진출해 있어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토로했다.
적합업종 강화에 대한 중소기업인들의 바람도 여전했다. 이재광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중소기업 적합업종 재지정 품목에 대한 대기업들의 해지 요청이 들어왔는데, 정부에서 신경을 써 동반성장위원회가 잘 운영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중소기업 관계자도 "대기업이 적합업종 재지정 해지 요청은 한 것은 사실상 대기업들이 소금, 된장 등을 하겠다는 이야기 아니겠느냐"며 "올해 대통령이 주재한 규제개혁 끝장토론 이후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침투가 더 심해졌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중소기업인들의 건의사항으로 인해 간담회 예정 시간인 1시간 30분을 넘겼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이 건의 중간마다 시간을 배분하느라 애를 먹을 정도였다. 이는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의 수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 부총리가 취임 이후 가장 먼저 방문한 경제단체가 중기중앙회란 점도 한 몫을 했다. 다만, 최 부총리가 적합업종 등 일부 답을 하기 껄끄러운 건의 사항에 대해선 응답을 피하는 경향을 보여 아쉽다는 반응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