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그룹이 위니아만도 인수 추진을 철회했다. 시장에서는 노조의 요구 사안이 딜이 깨지는 데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5일 “양해각서(MOU)에서 정한 배타적 협상기간인 이달 4일까지 확정적인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되지 않았다”며 “이에 따라 최대주주 측에 인수철회 의사를 통보했다”고 공시했다.
앞서 현대백화점그룹은 위니아만도 최대주주인 위니아만도홀딩스(WINIAMANDO HOLDINGS B.V)와 지난달 7일 위니아만도 인수를 위한 MOU를 체결해, 인수 타당성을 검토하고 협상을 진행해 왔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인수 철회 사유에 대해 “현대백화점그룹 유통채널을 활용한 렌탈사업 및 주방가구 사업 확대 등 시너지가 제한적이고, 주력상품 시장 포화와 경쟁 심화로 성장성 역시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진짜 사유를 위니아만도 노조와의 갈등으로 보고 있다. 관련 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와 위니아만도 노동조합은 위니아만도 사측과 현대그린푸드에 금속노조와 특별단체교섭을 할 것을 요구했다.
노조 측 요구사항에는 △매각자인 위니아만도 최대주주 CVC캐피털파트너스(CVC)가 딜 클로징 시점을 기준으로 1개월 안에 매각대금 7%를 종업원에게 매각위로금으로 지급 △현대그린푸드가 보유 지분 5% 주식을 우리사주조합에 무상으로 출연 △위니아만도 조직 2년간 유지 보장, 조직개편 및 인사는 조합과 합의해 시행 등 내용이 포함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같은 노조의 요구에 큰 부담을 느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기업문화가 달라 통일성있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어렵다는 부분도 고려했다”고 말을 아꼈다.
인수ㆍ합병(M&A)에 정통한 관계자는 “현대백화점그룹이 노조 요구가 철회되지 않으면 인수를 철회하겠다는 의사를 매각주간사 골드만삭스 측에 전달했다”며 “이번 인수 철회 결정의 진짜 이유는 노조 문제”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얘기됐던 통상임금 문제, 인수가격 문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인수가 성사되면 통상임금 및 퇴직금 등을 관련법에 따라 처리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금액 역시 양측에 이견이 없이 진행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위니아만도는 1995년 세계 최초로 김치냉장고 딤채를 선보이며 승승장구했지만 1999년 한라그룹이 해체되면서 가전 부문만 별도로 분리돼 CVC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CVC는 2006년 100%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됐고, 2000년대 후반부터 위니아만도 매각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지난 4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KG그룹도 위니아만도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인수를 포기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해 위니아만도는 매출 4127억원, 영업이익 168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