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연휴가 첫 대체휴일제 적용으로 닷새로 늘어나 여유 있는 한가위를 쇨 수 있게 된 것처럼 북한 주민들도 올 추석에는 예년과 달리 사흘간 휴일을 즐기게 된다.
원래 북한에서는 추석 당일만 공휴일이다.
하지만 올해는 추석 전날이 일요일이고 추석 다음 날은 '국가적 명절'인 정권 수립 기념일(9월 9일)이어서 이례적으로 추석을 전후해 3일간의 공휴일이 겹치게 됐다.
북한 주민들도 추석이 되면 성묘하러 가고 민속놀이를 하는 등 추석날 풍경은 남한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상의 묘소를 찾은 주민들은 벌초하고 상석에 음식을 차린 뒤 술을 붓고 절 대신 묵례를 한다.
가족들의 묵례가 이어질 때마다 빈 사발에 술과 밥, 반찬 등을 조금씩 담아두었다가 성묘가 끝나면 묘 주변 땅속에 묻는다.
이어 가족·친척들은 묘 주위에 둘러앉아 제상에 올랐던 술과 음식을 먹고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조상의 묘소가 멀리 떨어져 있어 성묘하러 가기 어려운 대도시의 일부 주민들은 추석 당일 오전에 집에서 간단히 차례를 지내고 오후에는 가족단위로 놀이공원이나 시내 명소를 찾아 휴일을 즐긴다.
이날 평양시를 비롯한 대도시의 공원들에서는 줄다리기, 그네뛰기, 윷놀이와 같은 민속놀이가 펼쳐지며 저녁의 보름달 구경도 빼놓을 수 없는 추석 풍경이다.
북한에서도 추석이면 천하장사 씨름대회가 열린다. 북한은 2002년과 2004년에는 단오를 맞아 전국 규모의 씨름대회를 열었지만 2005년부터는 매년 추석에 즈음해 '대황소상 전국민족씨름경기'를 연다.
이 씨름경기는 추석날 중앙TV로도 방영돼 많은 주민이 열광하는 인기 프로로 손꼽힌다.
추석 음식은 생활수준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쌀밥과 떡, 돼지고기 요리, 생선찜, 두부, 나물, 계란, 과일 등이 추석 음식상에 오른다.
북한 사회과학원 민속학연구소 임승빈 실장은 지난 4일 노동신문에 기고한 '전통적인 민속명절 추석'이란 제목의 글에서 대표적인 추석 음식으로 송편과 밤단자(찹쌀가루를 쪄서 달걀처럼 둥글게 빚고 꿀에 갠 삶은 밤을 고물로 묻힌 것)를 꼽았다.
한편 북한 매체들은 추석 당일 주민들이 조상의 묘소를 찾기 전 김일성·김정일 동상, 혁명열사릉 등을 먼저 찾는 모습을 소개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당·정·군 간부를 비롯해 특별히 정해진 사람들만 이러한 행사에 참석할 뿐 당국이 주민들에게 동상 참배를 강요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