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21세기 들어 사정은 달라졌다. 전쟁이라는 단어는 많은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히 영토를 얻기 위한 무력도발을 넘어 문화와 이념, 환경전쟁도 포함한다.
무엇보다 가장 비중이 커진 것이 경제전쟁이다. 서로의 경제력을 앞세워 상대 국가의 경제력을 압박하거나 주도권을 빼앗는다.
이 같은 경제 전쟁은 잔혹하면서 냉정하다. 또한 세련되고 치밀하다. 정보와 자본, 기업, 인재가 무기다. 기업 간의 치열한 싸움이 국가 간의 싸움으로 번져 가는 모양새다.
경제전쟁에는 다양한 형태의 무기가 동원된다. 특히 핵심적 경영자원이 주무기다. 핵심적 경영자원이 원활히 순환하면 경제전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올라설 수 있다. 반대로 이들 경영자원의 원활한 순환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도태되고 만다. 경제전쟁의 패배를 의미하기도 한다.
글로벌 경제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핵심 요소가 자유롭게 순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먼저다. 여기서, 핵심적 경영자원의 순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외국인 직접투자(FDI)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글로벌 시장 곳곳에 투자를 단행한다. 이 과정에서 이들 경영자원이 FDI 유치국가에 녹아들기도 한다.
전 세계의 국가들은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만큼 외국인 직접투자는 경제전쟁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경제전쟁에서 이기려면 다국적 기업의 오너 입장에서 어떤 나라에 투자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점이다. 당연히 양질의 저렴한 노동력이 존재하고 부품공급이 원활하며 현지 정부가 외국 기업에 우호적인 나라에 생산기반을 세우게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외국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핵심역량에 보완적이면서도 윤택한 경영자원을 제공할 수 있는 국가가 물망에 오른다.
기업에 보완적인 경영자원들이 마치 개개의 포도알처럼 모여 포도송이를 이루듯 서로 한 지역에 밀집된 산업에 다국적 기업이 몰려들게 되는 양상이다. 때문에 현재 세계 각국은 자국 특유의 핵심역량을 중심으로 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하고 있다.
21세기에 글로벌 경제전쟁은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점진적으로 세계 시장이 단일 경제권에 접어들면서 정보와 자본, 기업, 인재는 한 국가의 소유물이 아닌 글로벌 시장의 소유가 됐다. 이러한 추세 속에서 패하지 않으려면 경제적 ‘글로벌라이제이션’의 파도가 지금 우리 코앞에 다가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파도가 몰고 온 총성 없는 전쟁은 이미 오래전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