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톤픽쳐스는 지난 2010년 1월 29일 설립한 작은 규모의 영화 제작사다. 이 작은 제작사가 수년간 수십 편의 영화를 제작한 대형 제작사도 하지 못한 경이적 업적을 이뤘다. 영화 ‘명량’의 1700만(이하 영진위 통합전산망 기준) 관객 돌파는 빅스톤픽쳐스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한순간에 불러일으켰다. 수익 규모에 있어 명필름, 영화사 집 등 오랜 시간 인지도를 높여 온 제작사의 영향력과 내공에는 분명 미치지 못하지만 영화계는 2014년 가장 성공한 제작사로 빅스톤픽쳐스를 꼽고 있다.
빅스톤픽쳐스의 성공은 최민식 주연의 영화 ‘명량’과 맥을 함께한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단 12척의 배로 330척의 왜군을 격파한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다룬 ‘명량’은 그 역사 속 기적만큼이나 기적 같은 흥행 신기록 행보를 이어왔다. 7월 30일 개봉과 동시에 하루 68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명량’은 100만 단위로 역대 최단 기록을 다시 썼다. 하루 125만명이 입장한 날도 있었다. 현재 ‘명량’의 최종 관객수는 1752만명. 5년간 깨지지 않은 ‘아바타’(2009)의 1362만명 기록마저 무색하다.
연매출을 상정하기도 쉽지 않았던 빅스톤픽쳐스에 ‘명량’은 도약의 발판이 됐다. 빅스톤픽쳐스는 상장은커녕 관련 기업도 없는 무명 제작사였다. 영화 ‘최종병기 활’로 스타 감독 반열에 오른 김한민 감독의 제작자 변신과 함께 세워진 회사라는 것이 명성을 유지하는 유일한 부분이었다. 그런데 ‘명량’이 역대 박스오피스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하며 1000억원대(15일 기준 1350억원) 매출액을 기록하자 이야기가 달라졌다. 최대 수혜주는 배급을 맡은 CJ E&M이지만 감독 겸 제작사로 있었던 김한민 감독의 빅스톤픽쳐스가 관련 수익을 고스란히 안게 되었다. 최대 수혜주는 CJ E&M이지만 최대 수혜자는 김한민 감독인 셈이다.
‘명량’의 흥행수익을 1300억원으로 책정했을 때 매출에서 영화발전기금(3%)과 부가세(10%)를 뺀 순매출액은 1131억원이다. 이 중 유통사(극장)의 몫 50%를 제한 565억원이 고스란히 투자 배급사, 제작사의 몫으로 돌아간다. 여기서 배급 수수료 10%와 제작비 200억원을 뺀 309억원이 투자 배급사 60%, 제작사 40%로 분할된다. 이에 메인 투자 배급사 CJ E&M을 비롯한 대성상생투자조합, 스마일게이트, 산업은행 등 19개 투자사가 약 185억원의 이익을, 제작사가 124억원이라는 거액의 수익을 각각 얻게 된다. 부가판권 수익 등을 포함하면 수익 규모는 더욱 늘어난다. 김한민 감독은 빅스톤픽쳐스의 대표를 겸하고 있기 때문에 부가판권 수익 등을 포함해 100억원이 넘는 수익을 얻게 된다.
‘명량’의 성공에 대해 송은주 빅스톤픽쳐스 기획이사는 “‘명량’이 잘됐을 뿐 아직 이룬 것이 전혀 없다”고 손사래를 쳤지만 빅스톤픽쳐스의 존재는 영화산업은 물론이고 금융권 등 투자 전반의 몸집을 불리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큰 의의가 있다. 2012년과 2013년 2년 연속 1억 관객을 돌파하며 르네상스를 맞은 한국영화계가 1700만명이라는 전무후무한 관객 동원력을 입증한 데다 작품에 따라 투자금 이상의 수익금을 얻을 수 있다는 시장 형성을 입증한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CJ E&M을 비롯한 투자사들은 ‘명량’의 흥행을 통해 수익을 얻는 것은 물론 기업 이미지 홍보, 관련 상품 판매 등을 통해 장기간 휘파람을 불 전망이다. 직접투자 형식이 아니라도 산업은행, 우리은행 등은 부가가치의 증가를 톡톡히 경험하고 있는 상황이다. ‘명량’이 61분간의 해상 전투신을 구현하기 위해 CG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었던 것에는 관련 투자 조합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결국 빅스톤픽쳐스는 ‘명량’ 이후의 영화에 든든한 총알을 갖고 제작에 나설 수 있는 상황을 맞았고, 당분간 연예산업계의 큰손으로 군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