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주요 항만을 중심으로 벌어진 원자재 대출 사기 규모가 100억 달러(약 10조43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 관리감찰사의 우루이린 부사장은 25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히고 “기업들은 서류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불법적으로 재사용하는 방식으로 원자재를 담보로 대출을 받는 사기행각을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지난해 초 특히 홍콩을 통한 수출입 관련 송장이 허위로 작성돼 무역통계가 부풀려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4월부터 칭다오와 펑라이항 등에서 벌어진 원자재 담보대출 사기 의혹 조사를 진행해왔다. 우 부사장은 “지난해 4월에 13개 성·시에서 무역금융 사기 행위 조사에 착수했다”며 “올해는 조사 대상을 24개 성·시로 확대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사기는 무역은 물론 중국 전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해외 단기성 투기자본인 핫머니의 유출입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일부 은행도 원자재 수출입업자가 제출한 무역서류를 확인하는 의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외국계 은행들의 피해규모가 1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들 은행은 당국의 조사가 시작되자 칭다오와 펑라이항에서 원자재 보관창고를 폐쇄했다.
원자재 트레이더들은 이 사건이 불거지자 가격에 영향을 미칠까 전전긍긍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이번 사태가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WSJ는 전했다. 그러나 은행과 칭다오항, 원자재업체들 사이에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ANZ)의 저우하오 이코노미스트는 “SAFE의 조사로 은행들이 좀 더 무역금융에 신중해져 원자재 수입이 둔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