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민주적인 보통 선거를 요구하는 시위가 격화한 가운데 29일(현지시간) 주가와 홍콩달러 가치가 일제히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도 이번 시위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이날 미국 CNBC가 보도했다.
전날 홍콩 금융 중심지인 ‘센트럴을 점령하라’ 시위가 벌어지면서 홍콩 경찰은 지난 2005년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당시 일어난 농민 항의 시위 이후 처음으로 최루탄을 동원했다.
이날 많은 시민이 다시 일터로 복귀해 시위가 소강 상태를 맞았으나 여전히 수천명의 시위대가 도로에 남아있다.
시위 여파로 이날 홍콩증시 항셍지수는 장중 2% 중반까지 급락했다. 홍콩 달러화 가치도 장중 7.7647홍콩달러까지 빠져 홍콩금융관리국(HKMA)이 “언제든지 외환시장에 개입할 준비가 됐다”며 구두 개입하기도 했다.
션 더비 제프리스 글로벌 증시 대표는 “홍콩은 매우 작은 도시이며 금융시스템과 금융시장으로부터 나오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시위가 격화해 장기적으로 홍콩 경제에서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17개 은행의 최대 29개 지점과 일부 현금지급기(ATM), 사무실이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으며 센트럴 지역 내 많은 상점이 영업을 하지 않았다고 CNBC는 전했다.
금융 부문은 홍콩 국내총생산(GDP)의 약 16%를 차지하고 있다. 홍콩과 중국 상하이증시가 연동되는 ‘후강통’이 다음 달부터 시작돼 홍콩은 중국과의 해외자본 유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 와중에 정정 불안이 먹구름을 더 짙게 하는 셈이다.
더비 대표는 “시위를 제쳐두고라도 (후강통은) 중국 시장과 금융시스템에 막대한 유동성이 유입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는 결국 홍콩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금이 빠져나가게 된다는 의미이며 시위는 이 과정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타이무르 베이그 도이체방크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상하이 금융시장에 점점 더 접근하기 쉬워짐에 따라 중국 본토 투자관문으로서 홍콩의 매력이 줄어들고 있다”며 “홍콩은 특히 싱가포르 등 다른 지역과의 경쟁도 더욱 격화하고 있다. 상가포르는 최근 자산관리 부문에서 아시아의 리더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럭셔리 제품과 관광 등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 황금연휴인 10월 1일 국경절을 앞두고 시위가 터져 우려를 더하고 있다. 관광산업은 홍콩 GDP의 약 5%를 차지하고 있다.
호주뉴질랜드뱅킹그룹(ANZ)은 이날 보고서에서 “아직 국경절이 시작되지 않아 시위 충격을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황금연휴 홍콩 소매판매가 줄어들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