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모성애' 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

입력 2014-10-07 10:55 수정 2014-10-0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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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경 온라인뉴스부 차장 겸 뉴스팀장

16일간 각본 없는 드라마를 써낸 2014 인천아시안게임이 막을 내려 후련한 건 국가대표 선수들뿐만이 아니었다. 아시안게임 주요경기 중계 방송으로 드라마 시청권을 내줬던 어머니들도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 날만큼은 반색했다.

인천아시안게임 기간 중 가장 큰 원성을 샀던 것이 MBC 주말 드라마 ‘왔다! 장보리’ 2회분이 연속 결방했을 때였다. 해당 드라마 출연 배우의 어머니조차 결방 소식에 혀를 내둘렀다는 얘기가 회자될 정도였으니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겠다.

드라마 ‘왔다! 장보리’는 친딸과 양딸이라는 신분의 뒤바뀜으로 극도의 상황에 놓이게 되는 두 딸과 두 어머니의 이야기를 긴장감 있게 풀어내며 시청률 30%대의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회까지 2회분을 남겨두고 아쉬움을 더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왔다! 장보리’를 비롯해 ‘마마(MBC)’, ‘뻐꾸기 둥지(KBS2)’, 얼마 전 종영한 ‘엄마의 정원(MBC)’ 등 최근 어머니들이 열광하는 이들 드라마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거다. 바로 ‘모성애’다.

이들 드라마에는 많은 ‘엄마’가 나온다. 생전 남자 손목 한번 못 잡아보고 얼떨결에 원수의 아이를 호적에 올려 키우게 된 기구한 운명의 엄마, 과거의 남자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홀로 키워오다 불치의 병에 걸리자 아이에게 뿌리를 찾아주겠다고 나선 엄마, 아이를 낳아준 대리모와 키운 정으로 대결을 펼치는 불임의 엄마. 이들 엄마는 하나같이 말 못할 사연을 가슴에 안고 살다가 그 비밀이 하나씩 벗겨지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의 감정이입을 유도한다.

이들 드라마 속 엄마는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며 자신의 삶도 고되지만 그럼에도 밖에서 넘어져 다쳐들어온 자녀의 상처를 먼저 싸매주고 어루만져주는 이 시대 어머니들의 자화상이다.

한켠에서 아버지들은 어머니들과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아빠! 어디가?(MBC)’, ‘꽃보다 할배 시리즈(tvN)’, ‘슈퍼맨이 돌아왔다(KBS2)’에 나오는 4~6명의 아빠들은 악당에게서 지구를 구하는 ‘독수리 5형제’의 용맹스러운 모습이 아니다.

가장으로서 바깥일에만 열중, 아내에게 집안일을 온전히 맡기다가 결국 가정에서 소외당하자 자녀들과 거리를 좁혀보겠다고 진땀을 빼는 아버지들의 모습이다. 아버지들은 엄마를 배제하고 자녀와 오붓하게 여행을 하거나 혹은 그들끼리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자녀와 함께이든 그들끼리의 여행이든 편하고 자연스러운 관계 형성은 녹록지 않다.

이런 모습이 과연 제작진의 의도일 뿐일까?

올해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여러 차례 시련을 겪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국민적 비탄을 자아낸 세월호 침몰 사고다. 누구나가 가해자이고 누구나가 피해자였던 세월호 사고는 아직도 아물지 않은 국민적 상처다.

모성애를 주제로 한 TV 드라마가 연이어 방영되고, 근엄하기만 했던 아버지의 실수투성이 모습이 잇달아 노출되는 것은 우리 사회에는 아직도 위안을 삼을 엄마의 품이 절실하다는 반증이다.

세월호 참사는 2014 브라질 월드컵을 계기로 우리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져가고 있다. 지난달 30일 여야의 세월호 특별법이 타결되고 지난 5일에는 대검찰청의 세월호 최종 수사 결과도 발표되면서 세월호 참사는 아예 역사 속으로 사라질 판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전국 지검에서 침몰 원인부터 해운업계 비리까지 전방위 수사를 벌여 총 399명을 입건하고 154명을 구속했다. 그러나 앞서 윗분들이 약속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엄벌’에는 한참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례와 법리상 처벌 가능성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 수사의 한계가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어서 다시한번 국민들의 실망감을 자아낸다.

결국 현실에선 위안을 받지 못한다는 것인가.

우리가 TV 드라마 속 엄마에 열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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