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경영승계 창구는 계열 'SI 기업'

입력 2006-09-25 15:47 수정 2006-10-0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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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진 회장 태광시스템즈·김승연 회장 한화S&C 주식 자녀들에 지분 양도

재벌가의 경영권 편법 세습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경영권 승계를 위한 탈출구로 계열사의 SI(시스템 통합) 업체가 각광을 받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SI업체인 태광시스템즈는 지난 1월 25일9600주 유상증자를 결의하는 과정에서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이를 실권한 후 실권주를 주당 1만8955원에 이 회장의 아들 현준씨에게 배정됐다.

이 회장은 유상증자 전까지는 태광시스템즈의 지분 전량을 보유했으나 유상증자과정에서 51%로 낮아졌고 아들인 현준씨가 49%의 지분을 확보하게 되므로서 ‘부자지배’체제를 갖추게 됐다.

3세 승계 작업이 진행 중인 한화그룹도 SI업체의 지분 증여를 통한 경영권 물려주기가 서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6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동관씨가 한화그룹의 SI(시스템통합) 계열사인 한화S&C 지분 60%를 인수했다.

당시 동관씨는 보유하고 있던 (주)한화 주식 일부를 매각, 한화S&C 주식을 매입했다. 한화S&C 나머지 지분도 김승연 회장이 차남과 3남인 동원, 동선씨에게 물려줘 현재 지분 100%를 이들 삼형제가 갖고 있는 셈이다.

이들 3형제는 이외에도 최근까지 (주)한화의 지분을 대량 매입해 각각 4.44%(333만주), 1.67%(125만주), 1.67%(125만주)씩 지분을 갖고 있다.

애버랜드 전환사채 편법증여로 여전히 구설수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상무 역시 삼성그룹의 SI업체인 SDS의 지분 9.1%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SDS는 이재용 상무 외에도 이건희 회장의 딸들인 이부진, 이서현 씨 등 각 각 4.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경영권 승계를 앞둔 대기업 2~3세 경영인들이 대기업 계열 SI(시스템통합)업체 지분을 확보하는데 열을 올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첫 번째는 널리 알려진 대로 SI업체들이 대부분 비상장 기업이지만 계열사의 전폭적인 지지를 통해 별다른 마케팅 활동 없이도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그야말로 '누워서 떡먹기식 사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4년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개인 자격으로 설립한 태광시스템즈는 계열사인 흥국생명과 한국도서보급, 관련 유선방송업체 등의 SI사업을 도맡아 성장의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 2004년 32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불과 1년 만에 289억원으로 급증했다.

한 재벌그룹 계열 SI기업체의 고위 관계자는 “지분을 일정정도 취득한 이후, 계열사들이 용역을 몰아주면 기업 매출이 상승하고 당연히 기업가치도 올라가게 마련”이라면서 “계열 SI업체를 통해 자연스럽게 재산을 불리거나 지분을 활용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는 한화 김승연 회장의 막내 아들인 동선군은 (주)한화 125만주와 함께 비상장사인 SI업체인 한화 S&C의 주식 16.5%를 보유하여 이 회사의 2대주주이기도 하다.

상장된 (주)한화만 따져 봐도 수백억원대의 재산가다. 주식만을 갖고 있어도 1년만에 시세차익으로 100억원이 넘게 벌어들이고 있다. 게다가 고등학생이지만 비상장사 주식도 갖고 있어 상장만 되면 수백억원대의 시세차익도 함께 누릴 수 있다.

<사진설명: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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