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코스피가 장중 한 때 1900선이 붕괴됐다.
이날 코스피는 1896.54포인트까지 밀렸지만 겨우 반등에 성공해 결국 전날보다 18.17포인트(-0.95%) 하락한 1900.66포인트로 마쳤다. 1900선을 겨우 지켜낸 것이다.
지수하락은 11거래일 연속된 외국인 매도세가 이끌었다.
전문가들은 신흥국에 몰렸던 외국인 자금이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서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또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경기 회복에 대한 우려 속에서 국내 경제 펀더멘탈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세가 커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적에 대한 우려가 시발점…3Q 실적이 관건=외국인 매도세는 국내 기업에 대한 실적 우려에서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 초부터 기업들의 실적이 좋지 않았고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옅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세가 컸다는 것이다.
허문욱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기업의 실적에 대한 확실성이 떨어지다보니 불안감 때문에 피해가는 것 같다”며 “3분기 긍정적인 실적이 나와 ‘PBR 1배’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센터장은 “한국이 이머징 시장에서 탄탄한 국가 중 하나라는 확신이 들때까지 코스피 1900에 대한 지지가 타이트 할 것”이라며 “다만 주가가 많이 빠졌기 때문에 더 이상 투매에 참여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앞으로 3분기 실적이 나오는 10월 말까지 일자형 그래프를 그리며 낮게 기는 지수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금리인상 앞두고 자금 이동=외국인 매도세가 강한 것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을 앞두고 신흥국에 들어갔던 자금이 대거 선진국으로 이동하고 있다 것.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 센터장은 “외국인이 ‘팔자’로 돌아선 것은 이머징 마켓에서의 외국인 자금이 미국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며 “미국이 내년 금리를 언제 인상하느냐에 달렸지만 당분간 외국인 매도세는 지속된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미국의 성장률, 금리 인상으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해도 원/달러 환율이 1100원이면 그 이상 빠질 이유가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앞두고 있어 당분간 주가가 빠지는 것은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지금까지 한국의 제반 경제지표와 원/달러 환율을 보면 1100원 이상에서는 오히려 주식 살 타이밍이라고 조언했다.
양 센터장은 “우리 하우스에서는 코스피 지수가 1900선이 붕괴되면 오히려 주식 ‘비중확대’ 전략을 가져야한다는 입장인데, 지금까지 금융위기와 같은 큰 충격이 있을 때 1880이 깨졌다”며 “1900이 무너졌을 때 주식을 사서 인내하고 있으면 쉽게 회복되는 구간이므로 대형주 위주로 주식을 매수하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신흥국 변동성 리스크 회피 움직임=그러나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자금 이동이다. 한국의 경우 글로벌 경기 민감성이 큰 국가이다 보니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가 가시화되자 변동성을 피하기 위해 자금을 대거 빼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아무래도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작용해 외국인 자금이 많이 빠진 것”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최근 PIIGS(포르투갈ㆍ이탈리아ㆍ아일랜드ㆍ그리스ㆍ스페인) 국채 금리가 오르는 등 유럽 경기 상당히 안 좋다”며 “그 동안 잠잠했던 경제상황이 안 좋은 국가들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면서 글로벌 경기가 다시 둔화 국면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이 좋다고 하지만 모멘텀 측면에서는 약간 둔화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고, 중국 경제도 성장률 전망이 하향되는 분위기라 전체적으로 글로벌 경제가 전보다 안 좋은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 외국인이 국내 주식 시장과 증시 변동성이 높은 신흥국에서 자금을 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