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주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삼성전자의 반토막 영업이익에 세상이 깜짝 놀랐다. 현대차 분기실적 전망치에는 ‘한전부지’ 인수라는 악재까지 고스란히 포개졌다.
반대론도 솔솔하게 나온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반토막이 아닌, 원래 수준으로의 복귀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과도한 스마트폰 수혜를 입었을 뿐, 지금이 정상이라는 해석이다. 현대차 역시 차 판매는 지난해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주요 시장 부진을 신흥시장에서 충분히 만회하는 중이다. 그런데도 주가는 이 모양이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연일 신저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에 대한 이런 저평가가 이어지면서 주범(?)으로 외국인이 꼽힌다. 개인과 기관이 부지런히 매수 우위를 이어가지만 외국인은 연일 팔자 주문을 외친다. 시장에서 빠져나가는 외국인의 대부분이 중국인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올 상반기 외국인 국내 주식 순매수의 60.5%가 중국 자본이었다. 이들의 순매수 규모는 물경 1조6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2010년 상반기 중국의 국내 주식 순매수 규모는 고작 490억원에 불과했다. 3년 만인 지난해 상반기에는 1조8600억원이나 됐다. 전체 시장에서 큰 규모가 아니지만 증가세는 보통 수준을 넘는다.
중국 정부와 중앙은행에게 급증하는 외환보유고는 골칫덩어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해외 자산 투자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여기에 위안화 절상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 민간부문의 해외 투자도 장려하고 있다. 결국 중국의 국내 증권 보유 규모는 앞으로 더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 뻔하다. 이런 차이나 머니는 우리 증권업계까지 속속 집어삼킬 기세다.
차이나 머니는 분명 순효과도 지닌다. 최근 2~3년 미국에 이어 유럽계 자금까지 속속 빠져나갔던 사이, 그 빈자리를 중국 자본이 빠르게 채웠다. 쓰러져가는 회사 역시 중국 자본을 바탕으로 다시 일어서기도 했다.
이러한 순효과는 분명 역효과까지 지니고 있다. 분산됐던 외국계 자본이 중국이라는 하나의 국가에 집중되면서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도 “차이나 머니의 순효과를 충분히 누리되 정부에서는 장기적으로 이들이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상당 부분 중국 자본에 의해 우리 경제가 움직이고 있다. 투자업계 활성화를 위해 업계 스스로 혜안을 내놓고 정부는 편견없는 시선으로 이 대책을 받아들여야 한다. 차이나 머니로 불리는 양날의 검이 자칫 외날의 검으로 돌변해 우리를 향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