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한국형 로컬푸드’를 정착하자

입력 2014-10-21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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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최근 ‘로컬 푸드(Local Food)’운동이 선진국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펼쳐진다. 로컬푸드 운동은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장거리 운송을 거치지 않고 지역에서 직접 구매해 소비하는 운동이다. 로컬푸드는 다양한 형태로 이뤄진다. 농산물 직거래 유형의 하나로 추진되기도 하고 친환경 농산물 소비차원이나 농가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 목적으로 추진되기도 한다. 식생활 패턴 개선이라는 사회문화적 동기도 중요하다.

미셸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영부인이 백악관에서 텃밭을 가꾸고 배추로 김치를 담가 인터넷에 올린다는 사실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직접 재배한 채소를 요리에 사용하는 것은 로컬푸드의 가장 기초적 유형이기도 하다. 백악관 텃밭에서 직접 재배한 블랙케일, 옐로페퍼, 가지, 브로콜리 등 50여종에 달하는 채소를 식탁에 올리면 초대받은 사람은 크게 감동할 것이다. 미셸 오바마 여사는 과거에도 로컬푸드 운동에 많은 관심을 보였는데 영부인이 된 후 더욱 적극적이라고 한다. 2012년에는 영부인 최초로 ‘아메리칸 그로운(American Grown)-백악관의 부엌 정원이 미국의 가족, 학교, 지역사회에 주는 영감’이라는 요리책을 펴내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취임 이후 “당신의 농부를 알고, 당신의 먹거리를 알자”는 로컬푸드 정책을 펼쳐 왔다.

로컬푸드 운동은 이미 선진국에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웰빙 열풍에 기인해 로컬푸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이 대표적이다. ‘지역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활동’이라는 지산지소 운동은 여러 가지 성과를 내고 있다. 당초 지역 농산물 판매를 중심으로 추진했으나 최근에는 학교 급식, 도농 교류 확대, 관광산업 활성화 등으로 확대된다. 지역 기반의 식생활 문화 정착과 올바른 식습관 확립이라는 국민 인식 제고에도 성과가 있다. 이탈리아의 ‘슬로푸드(Slow Food) 운동’이나 미국의 ‘100마일 다이어트’ 운동도 크게 보면 로컬푸드 운동의 하나다. ‘슬로푸드 운동’은 1986년 이탈리아의 식생활잡지 편집자 카를로 페트리니가 시작했다. 간단히 햄버거나 프라이드치킨 같은 패스트푸드에 반대하는 식생활 운동이다. 슬로푸드 운동은 웰빙 열풍을 타고 국제적 식문화 운동으로 다양하게 추진되고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100마일 다이어트 운동’은 거주지 반경 100마일(약 160km) 내에서 생산된 지역 농산물을 소비하자는 캠페인이다. 대부분의 북미 사람들이 먹는 식재료가 생산지로부터 평균 1500마일(약 2400km)이나 떨어진 곳에서 장거리 수송을 통해 식탁에 도착한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캐나다의 대도시 밴쿠버에 살던 한 부부가 1년 동안 ‘100마일 운동’을 시작해 캐나다는 물론 뉴욕 등 미국에서도 큰 호응을 얻었다.

로컬푸드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우선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한다. 기존의 대량 소품종 생산농가 중심에서 소량 다품종 생산 농가로 판로가 확대된다. 영소농 및 여성농, 가족농, 귀농인들의 안정적 판로 확대로 안정적 소득이 확보된다. 장거리 이동이 필요치 않고 운송시간이 짧기 때문에 농산물의 신선도가 올라간다. 재배방식이나 보관방식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아도 믿고 먹을 수 있다.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 내로 운송하면 대형 마트로 운송하는 것보다 연료도 절약된다. 운송비, 물류비 절감으로 소비자는 싼 가격에, 생산농가는 제값 받고 농산물을 거래할 수 있다.

로컬푸드 운동은 이제 지역 농산물 소비 활성화와 농촌경제 활성화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된다. 농업에 대한 인식 개선, 학교 급식 만족도 제고, 특산품 홍보 및 여행상품화 등 많은 경제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우리나라도 로컬푸드 운동이 조금씩 자리 잡고 있다. 국제행사를 추진하고 지역 단위 캠페인이나 조직이 만들어지는 등 나름대로 뿌리를 내리고 있으나 아직 미흡하다. 다양한 해외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우리 실정에 알맞은 ‘한국형 로컬푸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본격적 개방화와 수급 불안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최근 농촌 실정이다. 로컬푸드는 농가에 직접 도움이 되고, 환경보호와 국민의식 개선에도 기여한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남북통일 시대에 대비한 7000만 민족의 미래를 위해서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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