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세청 고위 공무원이 기업들로부터 수억원의 자문료를 받고 이에 대한 세금을 적게 내려다가 오히려 수입 규모만 알리는 처지가 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경란)은 23일 이씨가 낸 종합소득세 부과 취소 소송을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지방국세청장과 국세청 국장을 지낸 이모씨는 퇴임 직후 대형 로펌에 상임고문으로 영입돼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간 26억원의 급여를 받았다.
급여와 별도로 이씨는 대기업들의 세무·경영 전반에 대한 자문료로 5억4133만원을 벌어 들였다. 그는 대주주·임원 등과 가끔 만나거나 전화로 묻는 일에 답해주고, 회사 쪽 요청이 있으면 오찬 자리에 나가는 정도의 일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자문 계약은 구두합의 등을 통해 1년 단위로 갱신했다.
이씨는 기업 자문으로 번 수입을 기타소득으로 분류, 2007~2010년도 종합소득세를 신고했다. 기타소득은 금액의 80%를 필요경비 명목으로 제외한 나머지만 소득으로 치기 때문에 세금을 적게 낼 수 있다.
서울 강남세무서는 2012년 4월 기업자문료가 기타소득이 아니라 사업소득에 해당한다며 종합소득세 1억4363만여원을 추가 납부하라고 통보했다. 이씨가 계속적·반복적으로 자문용역을 제공해 기타소득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이에 불복한 이씨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지만 기각됐고, 결국 “자문용역 계약을 체결하려고 영업활동을 하거나, 별도 사무실을 두거나 직원을 고용한 적이 없으므로 자문료는 사업소득이 아니라 일시적·우발적인 기타소득”이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기본 1년씩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수년간 여러 회사에서 수억원의 대가를 받았기 때문에 일시적·우발적 소득인 기타소득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