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예상 밖의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았다. 이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양적완화를 종료한 것과 정반대되는 움직임으로 아베 신조 내각의 내년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BOJ가 경기 부양에 팔을 걷어붙인 것으로 풀이된다.
BOJ는 31일(현지시간) 이틀간의 통화정책을 마치고 본원통화를 연간 80조 엔(약 770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통화정책 위원 9명 중 찬성 5 반대 4로 이번 통화정책이 통과됐다. 그만큼 BOJ 위원 내에서도 추가 부양 결정이 쉽지 않았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앞서 블룸버그가 32명의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단 3명만이 추가 부양책을 점쳤다.
이날 BOJ는 성명을 통해 “유가 하락 등으로 디플레이션 해소가 늦어질 수 있다는 우려감이 생겼다”면서 “물가상승률 목표치(2%)가 안정화될 때까지 양적·질적 완화를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결정된 본원통화 규모(80조 엔)는 기존 양적완화보다 10~20조 엔 확대한 것이다. BOJ는 지난해 4월 본원통화 규모를 당시 역대 최대 규모인 60조~70조 엔으로 늘렸으며 이후 계속 통화정책을 유지했다.
시장에서는 지난 4월 이후 BOJ가 처음으로 정책에 변화를 준 것에 주목하고 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특히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위험자산 투자 비중확대다. BOJ는 위험자산의 투자 비중을 끌어올려 경제 활성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날 BOJ는 현재 매입하는 국채 규모도 연간30조 엔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보유 국채 평균 잔존 만기도 7~10년으로 기존보다 3년 정도 연장하기로 했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와 일본부동산투자신탁(JREITs) 매입규모를 각각 3조엔, 900억 엔으로 기존보다 세 배 확대하기로 했다.
이번 주 미국 연준이 양적완화를 종료한 가운데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추가 자산매입을 결정한 것은 둔화한 물가상승률이 일본경제에 역풍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구로다 총재는 취임 직후인 지난해 4월 양적완화 정책을 시행하며 물가상승률을 2년래 2%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이날 일본 총무성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6개월래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난달 신선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3.0%로, 지난 4월 단행된 소비세 인상 효과(2%)를 빼면 실질 물가상승률은 1.0%에 불과하다. 이는 BOJ 목표치 2%의 절반 수준이다.
아다치 마사미치 JP모건체이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인플레이션이 BOJ의 바람대로 흘러가고 있지 않다”면서 “유가 하락과 함께 인플레이션을 부추길만한 요소가 없는 상황에서 BOJ가 정한 2년래 물가상승률 2% 목표 달성이 어려워지는 것은 시간문제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BOJ의 추가부양책 소식에 금융시장은 일제히 화답했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전일 대비 4.8% 급등한 1만6413.76으로, 토픽스지수는 4.28% 오른 1333.64로 마감했다. 닛케이지수는 지난 2007년 11월 2일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111엔대 초반으로 2006년 1월 초 이후 6년 10개월래 최고치(엔화 가치 최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