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결제 달러화가 80%대…“換변동 활용의 묘 찾아야”
한국경제가 최근 엔저공포로 패닉 상태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엔저는 자동차 등 일부 수출업종에 악영향을 미치는 데 그칠 뿐 경제 전체 펀더멘털에 가하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로 수출에 미치는 원·엔 환율의 부정적 영향이 상쇄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기업의 환율 ‘응석받이’는 건전한 경제발전을 위해 지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달 31일 발표한 일본은행의 2차 양적완화로 2008년 8월 이후 최저치인 100엔당 940원대로 떨어졌다. 내년에는 최저 920원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엔저의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원·엔 환율과 경상수지 추이를 보면 2005~2010년에는 비례 관계를 보였지만 2011년 이후부터는 상관관계가 무너졌다. 원·엔 환율이 2011년부터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지만 경상수지는 줄곳 급등세다. 또 2006, 2007년 원·100엔 평균 환율이 각각 821.27원, 789.70원으로 지금보다 훨씬 낮았던 때에도 경상수지는 흑자였다.
지난달에도 원·100엔 평균 환율이 983.09원으로 하락하면서 수출 우려가 높았지만 수출은 월간으로 역대 최고치로 집계됐다. 올해 경상수지도 840억 달러로 작년(799억 달러)에 이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전망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지난달 양적완화를 종료하고 금리인상 시기를 타진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급등세다. 마감장 기준으로 7 거래일간 46.4원이나 오르면서 지난 7일에는 1093.7원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 상승은 수출에 호재다.
특히 원·달러 환율은 원·엔 환율보다 수출 파급 효과가 훨씬 크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수출입 결제통화를 보면 올 3분기 기준 엔화는 수출에서 3.1%, 수입에서는 4.8%를 차지하는 데 그친다. 반면 같은 기간 달러화는 각각 86.2%, 84.5%에 이른다.
홍석찬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최근 엔저 공포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원·달러 환율이 최근 빠르게 오르면서 늘어난 수출대금에 웃는 기업들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지나친 환율 우려는 경제체질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자본시장연구원 모 연구위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환율 보호막 속에서 원·달러와 원·엔 환율은 높은 수준이었다”며 “그러나 그동안 수출 경쟁력을 키운 기업들은 극소수로, 언제까지 환율 타령만 할텐가”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