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18일(현지시간) 북한 인권 문제를 사상 처음으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넘기도록 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전격 채택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경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인권문제는 북한이 국제적 공론화 자체를 꺼리는 이슈라는 점에서 이번 결의안 채택이 한반도 정세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유엔 총회에서 인권을 담당하는 제3위원회는 이날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에서 유럽연합(EU)과 일본 등 60개국이 공동으로 제안한 북한 인권 결의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111표, 반대 19표, 기권 55표로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북한 인권 결의안은 다음 달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공식 채택되는 형식적인 절차만을 남겨두게 됐다. 이번 결의안은 지난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최종 보고서를 토대로 만들어졌고, 북한 인권 상황을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한다는 내용이 처음으로 명시됐다.
이번 결의안은 북한 김정은 정권이 가장 꺼려왔던 ICC 회부안이 핵심이어서 북한이 강하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북한이 이번 결의안 채택을 주도한 유럽연합(EU)과 일본은 물론이고 미국과 한국을 향해서도 대외 선전기구를 통해 격렬한 비난전을 전개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는 물론 조심스러운 기류 변화를 보이던 북·미관계도 당분간 ‘경색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결의안 통과가 북·미관계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 갈 정도의 물리적 도발 등 큰 파장을 낳지는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번 결의안이 미국이 직접 주도한 형식이 아니라 EU와 일본이, 그것도 유엔이라는 다자무대를 통해 추진한 것이라 미국만을 대상으로 비판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또한 이번 결의안의 핵심인 ICC 회부는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가더라도 부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북한은 성명과 논평을 통한 구두 비난전을 전개하는데 그치고 물리적 차원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앞서 북한은 이번 결의안이 채택되는 것을 막으려고 억류 미국인을 석방,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 대화할 의사가 있다고 밝히는 등 외교적인 총력전을 벌였다는 평가다. 최룡해 특사의 러시아 방문도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방러를 예비하는 차원을 넘어 서방의 인권결의안 추진에 대항하려는 외교적 행보로 해석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