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란 핵발전소에서 태우고 난 핵연료를 말한다. 방사능이 세고 온도가 높아 10만년을 철저히 관리해야 하는 물질이다. 핵발전소 운영 과정에서 나오는 핵폐기물보다 위험성이 높은 데다 핵무기 원료인 탓에 정치적으로도 민감한 사안이다.
앞서 안면도와 부안에서 핵폐기물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을 겪은 터여서 사용후핵연료만큼은 공론화를 거쳐 처리나 처분 방법을 정하자고 논의를 진행한 지 10년이 됐다. 공론화위는 이런 과정의 반복을 막고자 지난 10월 출범했다.
하지만 정작 1년 넘게 토의를 거듭해 내놓은 결과물은 사안의 시급성에 비해 빈약한 모양새다. 오는 2055년을 전후로 지하 500m 이하 영구처분시설을 건설하는 게 바람직하며, 중간저장시설은 원전 안, 또는 밖에 둘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하지만 핵발전소에서 임시 보관하고 있는 사용후핵연료의 양이 1만3000여톤에 이르러 8년 뒤에는 포화상태가 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당장 시급한 중간저장시설에 대해 기존 원전 내 시설을 확장할지, 아니면 새 부지에 지을지부터 결정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견해는 전무했다.
처분 부지의 경우 원전 내외를, 처분 방법에 대해선 건식과 습식을 모두 언급한 것은 결국 구체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지난 1년간의 공론화가 결국 공론(空論)에 그친 셈이다.
물론 민감한 사항에 대한 여론수렴과 공론화 과정의 중대성 때문에 신중한 결과를 고민해야 하는 공론화위의 모습은 당연하다.
하지만 공론화위의 출범 이후 고준위방폐장 설립 방안을 놓고 공론화는 차치하고라도 여론의 논란 거리도 되지 못했다는 점은 그만큼 역할이 부족했다는 방증이다.
이에 대해 홍 위원장은 내년 4월까지 활동시한을 4개월 연장해 정부에 제출할 최종 권고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내년 4월엔 공론화위의 고심이 엿보이는 뚜렷한 결과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