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화학-방산 계열사를 한화그룹에 넘기면서 증권가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원톱 체제가 굳건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그룹은 이번 ‘빅딜’로 화학, 방산산업에서 사실상 손을 떼게 된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제기됐던 전자ㆍ금융-서비스ㆍ중화학ㆍ건설-패션ㆍ미디어 부문으로 나뉘는 3세 승계 시나리오에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그룹 차원의 전략적 판단이 상당 부분 반영된 이번 사업구조 개편이 분할 승계가 아닌 ‘이재용 원톱 체제’로 가는 수순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그룹은 방산업체인 삼성테크윈 지분 32.4%과 화학업체인 삼성종합화학 지분 57.6%를 한화에 매각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삼성종합화학-토탈의 합작사인 삼성토탈과 삼성테크윈과 프랑스 탈레스의 합작사인 삼성탈레스도 매각한다. 이번 방산‧화학부문 4개 계열사 매각 금액은 총 1조9000억원 규모다.
이번 지분 매각이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크지 않다. 4개 계열사에 대한 오너 일가 지분이 미미한 데다 지배구조 정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계열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보유한 삼성종합화학 지분 4.95%가 매각되더라도 손에 쥐는 현금은 1000억 원 미만으로, 타계열사 지분 매입 등으로 지배구조 측면의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액수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다만 3세 승계구도에는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부진 사장이 보유했던 삼성종합화학 지분이 넘어가면서 기존 이부진 사장이 건설, 중화학, 유통 계열사를 맡게 될 거란 기존 전망이 무의미해졌기 때문이다.
사실 정설로 받아들여졌던 이같은 승계 시나리오에 변화가 감지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불발되긴 했지만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의 합병이 발표됐을 때 시장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물산과 합병을 해 향후 이부진 사장 몫으로 분류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엔지니어링이 삼성전자의 계열의 중공업과의 합병을 발표하면서 삼성전자를 지배하는 이 부회장의 몫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매각되는 계열사가) 성과가 별로 없었지만 어찌됐든 선대 때부터 유지해온 사업을 떼어서 매각했다는 것은 이 부회장이 새로운 의사결정이 주체라는 사실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건희 회장의 재산 상속과 관련해서는 어떻게 될지 알 수는 없지만 지금 분위기를 보면 인위적으로 그룹을 분리해 승계를 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며 “이 체제를 유지하면서 지분을 어느 정도 가지고 갈 수 있을지는 몰라도 이재용 부회장 중심으로 가는 모습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