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원금 유용, 연구비를 중복 사용, 연구자와 기관들간 과제 ‘나눠먹기’ 등 구조적인 문제점을 안고있는 연구개발(R&D) 재정사업을 수술대에 올리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27일 올해 하반기 심층평가 대상으로 R&D 분야 재정사업을 선정하고 정부 세종청사에서 노형욱 기재부 재정업무관리관 주재로 ‘킥오프(착수)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심층평가에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을 중심으로 산업연구원(KIET), 조세연구원(KIPF) 등이 참여했으며 평가 결과와 재정지출 효율화 방안은 내년 4월경 열리는 재정전략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이같이 정부가 R&D 분야에 대한 심층평가에 착수한 것은 그동안 국가 R&D 투자가 양적으로 급격히 증가했지만 기술무역수지가 부진하고 ‘장롱 특허’가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중소기업 R&D와의 연계가 미흡해 재정투자 효과가 크게 저조하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2011년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R&D 투자 총액 비중(4.04%) 세계 1위, 정부 R&D 예산비중(1.05%)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무역 수지(2012년 기준)는 57억4000만달러 적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에 머물러 있다. R&D 투자 대비 기술수출액 비중도 9.0%로 27위, SCI(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 논문 피인용도는 4.07회로 26위에 불과하다.
기재부는 감사원 감사, 검·경 조사, 국회·언론 지적 등을 보더라도 우리나라 R&D의 구조적 문제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상용화된 기술을 연구개발 과제로 선정해 국가예산을 낭비하거나 타당성이 미흡한 과제를 부처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사례가 그것이다. 또 유사·중복사업을 예산에 반영해 연구비를 중복 사용하는 문제점도 있다.
과제를 선정할 때 연구 기획자와 수행자가 유착해 서로 연구과제를 주고받는 식으로 과제를 배분하거나 지원자금을 유용해 부정사용하는 사례도 발견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R&D와 관련한 민·관의 역할을 구분해 정립하고 R&D 예산의 구조조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기획단계에서 민간참여를 늘리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R&D 지원을 강화해 산업현장 수요와 정부 R&D간 미스매치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연구자ㆍ기관들간 나눠먹기식 과제배분을 방지하는 등 과제 관리 체계 개선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연구기관 간 연계 강화를 통한 융합·공동연구 활성화와 평가 체계 개선 등의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