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일본 신용등급 강등…흔들리는 아베노믹스

입력 2014-12-02 09:27 수정 2014-12-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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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체코와 같은 수준·한국보다 낮아져…주가·엔화 동반 하락 가능성도

아베 신조의 경제 정책 ‘아베노믹스’가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사실상 낙제 평가를 받았다.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나온 이번 결과는 아베 정권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일(현지시간) 일본의 신용등급을 ‘Aa3’에서 ‘A1’으로 한 단계 강등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일본의 신용등급을 오만 체코 이스라엘과 같은 선상으로 내려놓은 셈이다. 이로써 일본의 신용등급은 한국 신용등급(Aa3)보다 낮아졌다. 무디스가 일본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지난 2011년 8월 이후 3년 4개월 만이다.

무디스는 일본정부가 재정 적자 감축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을 강등 배경으로 지목했다. 무디스는 또 일본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경제정책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세 번째 화살’로 불리는 성장전략의 타이밍과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졌다고 지적했다. 일본은행(BOJ)이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내놓은 상황에서 증세(소비세 인상)까지 미뤄지면서 재정 상태 개선 전망이 더 불투명해졌다는 것이다. 다만 등급 전망은 ‘안정적’으로 제시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 4월 1차 소비세율 인상(8%→10%)을 단행했다. 국내총생산(GDP)의 2배가 넘는 재정 적자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여기에는 첫 번째 화살인 양적완화 정책이 경기를 뒷받침해줄 것이란 아베 총리의 자신감도 있었다. 이에 아베 총리는 내년 10월 소비세를 2차 인상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추가 소비세율 인상시기를 18개월 미루기로 했다. 정부의 당초 예상과 달리 일본 경제가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면서 기술적 침체에 접어들게 된 영향이다. 지난 3분기 일본 국내총생산(GDP) 연율 1.6% 위축돼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아베노믹스가 사실상 실패한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지난달 소비세 인상 연기 결정과 함께 아베노믹스에 대해 국민 심판을 받겠다며 중의원을 해산하고 오는 14일 조기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그는 이날 중의원 선거 토론회에 참석해 “디플레이션에서 벗어날 기회를 잡았다. (목표를 향해) 가는 도중이지만 이 길밖에 없다고 확신하고 전력으로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신용등급 강등으로 주가와 엔화 가치 동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달러·엔 환율은 이날 신용등급 강등 직후 119.15엔으로 지난 2007년 7월 이후 7년여 만에 최고치(엔화 가치 최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2일 전일 대비 0.6% 하락한 1만7481.06으로 개장했다.

또 이번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 결정은 오는 14일에 열리는 중의원 선거에서 여당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오가타 가즈히코 크레디트아그리꼴 일본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일본 유권자들에게 일본 재정상황이 최악이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이는 또한 아베가 경기 회복을 우선시하고 이후 재정 상태를 개선하려는 그의 노력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다른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도 최근 일본 소비세율 인상 연기 결정과 관련해 일본의 신용등급을 연내에 재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일본 신용등급을 무디스의 Aa3과 같은 등급인 AA-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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