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14일 김지형(전 대법관) 조정위원장의 정강자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와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 조정위원 추천안에 동의했다. 조정위 구성이 완료됨에 따라 직업병 보상 협상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보름여 동안 진보 성향이 강한 조정위원 추천 동의에 깊이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위가 김 전 대법관을 조정위원장으로 선출했을 당시에도 삼성전자는 잠시 고민했지만 곧 동의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조정위원 추천에 있어서는 한 쪽 성향에 치우친 조정위가 구성될 경우 중재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 고민을 거듭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교수는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냈고 현재 한국젠더법학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백 교수는 서울대 의학과를 졸업한 이후 영국 런던대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산업보건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특히 백 교수는 지난 2009년 삼성전자, 하이닉스, 엠코코리아 등 3개 반도체 회사 역학조사 당시 협력단장을 맡았던 인물로, 기밀유지협약을 깨고 소량의 벤제이 발견됐다는 역학조사 보고서 전문을 재판부에 제출한 바 있다. 벤젠의 양은 건강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었고, 삼성전자는 대기 중에 존재하는 벤젠과 차이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여론은 ‘벤젠 발견’에만 초점을 맞춰 삼성전자는 곤혹을 치뤘다.
하지만 직업병 보상 협상이 오랫동안 정체되고 있는 만큼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가족위는 향후 조정위 운영 규칙 등 세부 사항 조율을 위해 만남을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