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의 항구적 확보는 산업생산을 기반으로 둔 모든 국가의 숙명이다. 선진국의 소리 없는 에너지 전쟁에서 묵묵히 땀을 흘리는 가스공사의 해외사업 현장 또한 그래서 더욱 소중하다.
지난달 25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전용기로 1시간 30분, 다시 버스로 1시간을 달려 도착한 로마 제2가스전은 바로 그런 곳이다.
호주 퀸즐랜드주의 브리즈번에서 550Km 떨어진 산업항구도시 글래드스톤. 평균 40도를 육박하며 태양광을 막기 위한 긴팔과 생수병 없이는 걷지도 못할 이곳에 가스공사가 참여하는 GLNG 육상광구(가스전)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GLNG 프로젝트은 호주 에너지기업 ‘산토스’가 30%,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 말레이시아 국영 에너지기업 ‘페트로나스’가 각각 27.5%, 가스공사가 15%로 지분을 나누고 있다. 2044년까지 운영되며 185억 달러(20조4655억원)가 투자됐다. 가스공사는 38억5000만 달러(4조2592억원)를 투입했다.
육상광구 상류에는 경기도 면적(1만184㎢)의 3배에 달하는 로마 허브 스테이션(Romaⅱ Hub Station) 가스전이 자리 잡고 있다. 가스공사는 지분 15%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 현재까지 총 1조6089억원을 투자한 상태다.
현재 호주는 비전통가스(CBM) 4곳과 전통가스(천연가스) 4곳 등 총 8곳의 가스전을 개발하고 있다. 비전통가스와 전통가스의 차이는 각기 다른 생산과정을 거친다는 점이다.
가스공사는 이 가운데 GLNG 가스전(15%)과 프렐류드(10.0%), 현재 개발을 준비하고 있는 블루에너지프로젝트(5.74%) 등 전통가스전과 비전통가스전 두 종류 모두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GLNG 가스전은 땅에서 가스를 뽑아내는 최초의 석탄층 가스(CSG) 방식이 채택됐다. CSG 사업은 호주의 풍부한 석탄층에서 천연가스를 추출해 LNG로 변환한 후 수출하는 세계 최초의 비전통 가스방식이다.
호주 사업의 진행과정은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투자비가 예상보다 1조4000억원 가까이 늘었고 상업생산 시기도 올해에서 내년으로 늦춰졌다. 특히 예상외의 우기를 동반한 기후와 현지인력들의 더딘 작업 속도는 현지 법인의 악재로 다가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힘들게 했던 것은 국내 여론의 ‘부실 해외자원 투자’라는 비판이었다. 장기투자가 필수적인 해외자원 개발에서 투자시기에 손익을 따지는 것 자체가 ‘한국의 안정적인 자원확보’를 자부심으로 달려왔던 가스공사 직원들의 힘을 빠지게 했다. 이 같은 지적 속에 가스공사는 부채 감축을 위해 GLNG 프로젝트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도 가스공사가 참여한 GLNG 프로젝트는 현재 공정률 88.2%를 기록 중이다. 또한 내년 7월 첫 상업생산을 앞두고 있다. 연간 700만톤 중 350만톤을 국내로 들여올 예정이다. 이는 국내 연간 가스소비량인 4000만톤의 8.75% 규모로, 한국가스공사가 2011년 GLNG 프로젝트 최종 투자 결정을 내린 지 4년 만이다. 나머지 350만톤은 말레이시아로 옮겨진다.
맹주호 가스공사 호주법인 부법인장은 “투자 결정 시보다 호주 환율 인상과, 3년간 유례없는 홍수까지 겹치면서 비용이 높아지고 공기도 지연됐지만 결국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업생산에 들어가 30년 동안 운영되고, 생산량의 절반가량이 국내로 도입된다”면서 “에너지 자립과 자원 안보 측면에서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가스공사의 해외사업 중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 또 다른 현장은 인도네시아에 있다.
가스공사가 일본 미쓰비시상사와 인도네시아 에너지 공기업인 페르타미나(Pertamina)와 함께 인도네시아 북부 술라웨시(Sulawesi)섬 동부 해안에 천연가스 액화 플랜트를 건설해 LNG를 생산·판매하는 투자개발형 사업인 동기 세노로 LNG(DSLNG) 사업이 그것이다.
수요처는 가스공사, SHUBU전력, KYUSHU전력으로, 2027년까지 운영기간을 목표로 하며 LNG 생산량은 연간 200만톤으로 추정된다. 가스공사는 전체 생산량 중 35%에 달하는 70만톤을 확보했다.
전체 사업은 일본 미쓰비시상사가 주도하며 지분은 미쓰비시상사 44.925%, 한국가스공사 14.975%, 나머지는 인도네시아 현지 기업이 보유하고 있다.
사업비는 총 28억 달러가 소요될 예정이며, 가스공사는 2억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현재 EPC 공정률은 99%에 달하며 이달 건설공사 종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이달 시운전을 마치고 내년 4월께 본격적 가동에 돌입한다.
이를 통해 가스공사는 생산 개시연도부터 13년 동안 매년 70만톤의 LNG를 수입하게 된다. 동기세노로 가스전은 2015년부터 연간 200만톤의가량의 LNG를 쏟아낼 예정이다.
이금우 동기 세노로 기획이사는 “일본의 자본과 한국의 건설기술이 접목된 이상적 협력사업 모델”이라며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물량 도입, 해외투자 수익 증대, LNG 사업 개발, 액화플랜트 운영 역량 확보가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