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이 신관치(新官治)에 제대로 작용하지 않고 있다. 주요 금융기관 인사에서 발원지 불명의 정실인사가 잇따라 이뤄지는 등 민감한 현안들로 인해 연내 추진해야 할 금융사의 새해 경영전략이 올스톱된 상태다.
특히 금융권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선 내년도 경영구상과 인사 등으로 한창 바빠야 할 시기에 정관계의 인사 개입과 학맥, 인맥 중심의 신관치 논란에 손발이 묶여 있는 상황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서금회 멤버인 홍성국 대우증권 사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후보 등을 둘러싼 내정설 논란에 금융권 경영전략과 인사 등이 근본부터 흔들리고 있다.
우리은행 행장후보추천위원회(행추위)는 지난 5일 차기 행장 후보로 결국 내정설 논란의 당사자인 이광구 부행장을 선정했다. 통상 행추위에서 후보를 추천한 후 금융당국이 검증하는 절차를 거쳤지만, 이번엔 보이지 않는 윗선에서 내정된 채로 행추위에 일방적 통보가 이뤄졌다는 것이 금융권의 시각이다. 이 내정자가 소속된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신관치 논란 역시 촉발됐다.
이에 이순우 행장이 추진해 온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컨트롤 타워가 바뀌며 자칫 민영화가 표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역시 지배구조를 문제 삼아 LIG손해보험 인수 승인심사를 미루고 있는 금융당국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앞서 KB금융 회장 인선과정에서 발생한 금융당국의 입장 전달 불발과 사외이사 사퇴압박 등 윤 회장 입장에선 가타부타 얘기하기 어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하나금융 역시 신관치 논란에 맞물린 민감한 현안들로 인해 직·간접적으로 주요 경영전략의 발이 묶여 있다. 올 하반기 이슈화된 하나·은행 조기 합병은 수면 아래로 들어갔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당초 지난 10월 국정감사 직후 합병 승인신청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할 계획이었지만 아직까지 눈치만 보고 있다. 당초 목표인 연내 조기 통합 가능성은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다.
금융권 고위 인사는 “내년 경영전략 수립에 집중해야 할 CEO들이 정치적 부담 때문에 직·간접적으로 손발이 묶여 있다”며 “금융산업이 낙후된 상황에서 신관치가 구관치를 대체함으로써 연내 마무리돼야 할 금융사 현황들이 답보상태에 빠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