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일으킨 이른바 ‘땅콩리턴’을 두고 비판이 지속되는 가운데 일본에서는 ‘파와하라(Power-hara)’가 사회 문제로 논란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와하라’는 ‘파워 해러스먼트(power harassment)’의 줄임말인 일본의 신조어로 직장이나 일터에서 상사 등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부하를 괴롭히는 행위를 뜻한다.
조 부사장은 조양호 한지그룹 회장의 장녀로 오너 일가에 소속돼 단순히 상사 이상의 지위를 점하고 있다. 하지만 ‘땅콩리턴’ 역시 직장 내 권력을 사회적으로 용인된 범위를 넘어 휘둘렀다는 점에서 일본의 ‘파와하라’와 비슷하다.
일본에서는 직장 상사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보복을 시도하는 사례가 발생하는 등 파와하라가 이지메(집단 괴롭힘) 못지않은 사회문제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공무원의 인사를 담당하는 인사원이 지난해 근무환경에 관해 접수한 상담사례 866건 가운데 파와하라와 관련된 상담이 125건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공직사회 내에서도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
노인 요양시설에서 근무하다 파와하라로 퇴직한 한 50대 남성이 올해 8월 해당 요양시설의 홈페이지에 옛 상사를 언급하며 “가정을 엉망으로 만들어주겠다”라는 글을 올렸다가 지난 8일(현지시간) 협박혐의로 체포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파와하라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도쿄지법은 택시회사‘도쿄 엠케이’사장으로부터 폭언을 듣고 폭행을 당했다는 직원 6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에게 198만 엔(약 1834만원)을 원고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해당 회사 사장은 2010~11년 직원들의 운전 능력을 점검한다며 택시 뒷좌석에 탑승해 운전석을 발로 차고 “바보냐”,“사표 써라”등의 폭언을 했다. 이에 재판부는 “폭행이나 폭언이 지도를 위한 것이라도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