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방향과 함께 내놓은 내년도 경제전망자료 어디에도 이러한 정부의 낙관적 전망을 뒷받침할 만한 설명은 없다. 내년도 세계경제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경제는 조금 나아질 전망이지만, 유럽과 중국, 일본은 여전히 어둡고 러시아는 불안하다. 따지고 보면 정부가 유일하게 희망을 걸고 있는 것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국제유가 정도가 다인 것 같다.
어떻든 정부는 이 같은 희망 섞인 전망을 근거로 ‘구조개혁’을 내년도 경제정책의 화두로 내놓았다. 공공부문과 금융노동 교육부문에서 과감한 구조개혁을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경제에 구조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나, 정작 경제구조개혁에 있어야 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이나 신산업정책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구조개혁’이라기보다는 ‘규제개혁’에 가깝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다.
지금 한국경제의 가장 큰 위기요인은 가계와 내수인데, 아직도 정부는 기업과 수출경제를 부양하기 위한 규제혁파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가계부채를 상시점검하겠다고 나름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정작 가계가처분소득을 늘려서 부채를 건전화할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정부의 정책방향은 거꾸로 가고 있다.
당장 내년 초에 당도할 연말정산 시즌부터 작년에 비해 가계소득이 9000억원 줄어들 전망이다.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꾼 결과 중산층에 세금폭탄이 떨어지는 것이다. 내년부터 오르게 될 담뱃값만으로도 2조5000억원의 세금이 중산층과 서민을 가리지 않고 투하된다고 하지 않는가. 내년 봄 이사철에는 벌써부터 들썩이고 있는 전월세값이 대란을 일으킬 것이 불 보듯뻔한데, 내놓는 대책은 없이 기다려보란 말뿐이다. 정부가 자랑하는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정책의 효과라는 것도 고작 1조원 정도에 불과할 전망이고, 이마저 과장되었다는 평가라 큰비에 봇물 터지는데 호미 들고 설치는 모양새가 될까 걱정이다.
내년 1월부터 중산층과 서민에 세금폭탄이 떨어지고, 2~3월에는 전월세대란이 가계를 공습하고,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4~5월에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로 금리인상 폭탄까지 떨어지는 상황이 전개된다면, 정부는 과연 그때도 지금처럼 낙관적 전망과 희망 섞인 수치에 자기도취돼 헛다리 짚는 정책이나 만지고 있을지 의문이다.
비록 이번 정부정책방향에선 빠졌더라도 정부는 새해가 밝자마자 가계와 내수위기를 해결할 전향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늦기 전에 가계소득을 늘리고 내수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당장에 가계소득을 늘리기 어려우면 가계지출을 줄이는 획기적인 방안으로 고강도의 종합적인 전월세대책이라도 내놔야 할 것이다. 가지 않은 길을 가겠다던 경제부총리는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