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확 악화가 짙어지자 2012년부터 임금삭감과 구조조정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개인 부티크를 차리는 일명 ‘매미’(매니저 출신 개미) 들의 붐이 올해도 이어졌다.
특히 올해는 대형종목인 굴뚝주들이 주춤하고 중소형주 강세가 두드러지면서 상대적으로 정보가 빠르고 뭉칫돈을 굴리는 일부 매미들의 경우 기존 펀드매니저보다 더 나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에서는 내년에도 증권사나 운용사들이 군살 빼기의 일환으로 상시 구조조정 태세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매미들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변화무쌍한 박스권 변동장세에서 일부를 제외하고는 매미들도 일반 개미들과 다를 바 없이 곡소리를 낼 수밖에 없는 시련의 한 해였다는 평가다.
◇고급 오피스는 매미들의 아지트…펀드매니저들의 사랑방
“얼마 전까지 모 증권사 고위 임원으로 지내던 형님도 매미로 활동하다가 최근에 금융권으로 전직했습니다. 요새는 이직 전에 매미로 몇 달 지내다가 컴백하는 사례가 잦아요.”
금융투자업계 한 고위 인사의 전언이다.
여의도 S트레뉴나 포스코더샵 등 증권가와 가까운 고급 오피스는 전직 금투업계 인사들인 ‘매미’들의 아지트로 이미 깊숙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앞서 지난 2009년 ‘자문형 랩’ 열풍으로 유행처럼 번진 전직 매니저의 자문사 설립이 이제는 부티크로 축소 중이다. 투자자문사의 경우 일정한 인원을 채용해야 하고, 이로 인한 고정비 지출, 그리고 금융당국의 규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선수 출신들이 자유로운 운용 전략을 구사하기엔 제약이 많다.
그러다 보니 능력 있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1~2명, 또는 단독으로 부티크를 차리고 자유롭게 운용하는 ‘매미’ 생활이 훨씬 낫다는 설명이다.
매미로 전직한 전직 운용사 펀드 매니저는 “기존 집합투자업체에 근무할 때는 회전율 제약 등 규제가 많아 좋은 종목을 마음 편히 담지 못하는 애로가 존재했다”며 “또 운용하는 펀드 규모도 커서 주식을 사고파는 데 영향을 끼쳐 불편함이 컸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매미로 생활하면서 굴리는 자금은 규모가 적다 보니 스마트 머니 성격을 충분히 살리면서 담고 싶은 종목을 재빨리 매매하고 빠지는 짜릿함이 크다”고 언급했다.
더욱이 업황 불황으로 리서치센터 비용이 깎이면서 고임금을 받던 전직 애널리스트들도 정보력과 네트워크를 무기 삼아 매미로 전직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자발적 또는 타의에 의해 조직을 떠날 수밖에 없는 ‘선수’들의 매미 전직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
A운용사 펀드 매니저는 “오히려 능력 있는 매미들은 집합투자업자인 운용사보다 정보나 투자 예측력에서 한 수 위인 경우가 많다”며 “틈 날 때마다 점심이든 티타임이든 자주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종목 의견을 나누며 중소형주 운용에도 참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지독한 박스권…가치투자 추종 부티크 외에는 수난시대
그러나 전현직 펀드매니저의 사랑방으로 금투업계의 한 축을 담당했던 부티크들도 올해 지독한 박스권 장세에서는 체면을 구긴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운용사 임원 출신 부티크 대표 A씨는 “부티크를 운영하는 매미 출신이 대부분 40대 중반 이상인데 추세 매매를 많이 한다”며 “올해는 잘나가다가 꺾이는 대형 종목이 워낙 많아 투철한 가치투자를 전개하는 부티크 외에는 대부분 수난을 겪었다”고 밝혔다.
나이가 지긋한 매미들은 IT 같은 대형 섹터를 선호하는 편이라는 전언이다. 반면 올해 대박을 친 게임업종이나 바이오주들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했다는 후문이다.
실제 올해 컴투스는 400% 넘게 올랐고, 선데이토즈 같은 게임 종목들이 300% 이상, 팜스웰바이오 등 바이오업종도 300% 넘게 급등했다.
A대표는 “컴투스 같은 게임주나 바이오업종을 재빨리 파악해 담은 부티크의 경우 일부 대박을 쳤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극소수”라며 “부티크 출신 매미들이 좋아한 IT섹터는 고점 대비 -50% 이상으로 손실이 커서 그나마 부티크로 재도약을 꿈궜던 매미들이 많이 깨졌다”고 전했다.
여기에 매미들의 경우 물량 욕심이 많다 보니 신용 매매를 통해 물량을 확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처럼 추세가 꺾이는 힘든 장세가 연출되다 보니 그야말로 사면초가였다는 설명이다.
통상 부티크 자본금이 10억~ 20억원 규모임을 감안할 때 물량 욕심이 많은 매니저 출신 매미들이 신용으로 무리하게 매수에 나섰다가 결국 쪽박을 차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
또 다른 부티크 출신 매미 B씨도 “올해는 매미뿐만 아니라 자문사들도 대체로 힘들었다”며 “워낙 장세가 변화무쌍하다 보니 자유 선수로 전업해도 세상이 녹록지 않다는 점을 뼈저리게 느낀 한 해로 기억될 만하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