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가 질주하고 있다. 미국 경제의 성장과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긴축 전망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경제의 부진과 중앙은행들의 경기부양 기조 영향으로 달러의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한 달러인덱스는 지난 2일(현지시간) 91.15까지 상승했다. 이는 2006년 3월 이후 최고치다.
10개 통화에 대한 블룸버그달러스팟인덱스는 1141을 넘어서며 6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달러·엔은 장중 120.59엔까지 올랐다. 이는 7년 반 만에 가장 높은 것이다.
특히 유로화에 대한 달러 강세가 주목을 끌고 있다. 유로·달러 환율은 0.8% 하락해 1.2002달러에 거래되며, 1.20달러 붕괴를 눈앞에 뒀다. 이에 따라 유로 가치는 달러에 대해 2010년 6월 이후 최저치로 밀렸다.
유로ㆍ달러 환율은 지난 1년 동안 12% 급락했다.
키트 저크스 소시에테제네랄 글로벌 투자전략가는 경제전문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유로 약세를 압도하는 달러에 대한 수요가 나타났다”며 “중국의 성장 둔화와 유가 하락, 신흥시장에서의 자금 이탈 등이 달러 강세의 재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에도 달러의 강세는 이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데니스 가트먼 가트먼레터 발행인은 “미국 경제의 호황과 신흥시장의 부진 그리고 중앙은행들의 정책 차이가 달러 강세의 배경”이라면서 “달러의 강세장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이른바 ‘킹달러’ 논리에는 시장의 믿기 어려운 수준의 자기만족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보리스 슬로스버그 BK애셋매니지먼트 외환 담당 책임자는 “‘킹달러’ 논란에는 시장의 자기만족이 반영됐다”며 “올해 달러의 움직임은 매우 불안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지난해까지 6년 연속 상승하는 등 미국 주식시장이 랠리를 펼친 이후 약세로 돌아선다면, 달러·엔에 대해서는 매도세가 확산할 수 있다고 그는 경고했다.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유로에 대해서는 달러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슬로스버그 책임자는 덧붙였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전면적인 양적완화(QE)에 나설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는 지난 주말 독일 한델스블라트와의 인터뷰에서 “인플레 하강 위험이 6개월 전에 비해 커졌다”고 밝혔다.
그는 저인플레가 지속된다면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의 범위와 속도를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국채를 매입하는 미국식 QE의 실행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시장은 연준의 올해 금리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연준이 오는 8월 이전에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기존 10월에서 인상 시기가 앞당겨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