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두고 국내 재계 일각에서는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의 후계구도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를 계기로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롯데알미늄을 중심으로 짜여진 일본 롯데그룹과의 지배구조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롯데알미늄은 일본의 L제2투자회사와 광윤사가 지분을 절반 넘게 갖고 있는 곳이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부회장 중 롯데알미늄을 누가 확실한 지배권을 가져가냐에 따라 국내 그룹 지배구조에 큰 변화가 생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재계에서는 롯데그룹의 전체 지배구조와 일본 롯데그룹과의 연결고리가 재조명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9월30일 기준 76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손해보험, 롯데케미칼, 롯데푸드, 롯데하이마트 등 7개사는 유가증권시장, 현대정보기술은 코스닥 상장사다. 2013 회계연도 기준 자산규모 88조875억원의 대기업집단이다.
롯데그룹은 창업자인 신격호 회장이 그룹 총괄회장으로 경영진을 대표하고 있으나 2011년 차남 동빈씨가 회장에 오르면서 서서히 2세 경영시대를 열고 있다. 신 회장은 슬하에 장남 신동주 일본 롯데 부사장, 차남 신동빈 회장 형제와 장녀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 차녀 신유미 롯데호텔 고문 등 2남2녀를 두고 있다.
한국 롯데그룹은 차남 동빈씨가, 일본 롯데그룹은 장남 동주씨가 맡아 경영을 이끌어왔다. 장녀 신영자 롯데쇼핑 사장은 2005년 이후 시네마통상, 비엔에프통상 등 계열사를 잇따라 설립하면서 독자적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신격호 회장의 막내딸 신유미 고문은 모친 서미경씨와 유원실업, 유니플렉스 등 영화관 운영 및 부동산업을 맡고 있다.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는 롯데제과를 중심으로 하는 식음료 부문과 롯데쇼핑을 중심으로 하는 유통, 물류부문,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하는 석유화학 부문 등 3개 계열군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복잡한 출자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순환출자 고리만 417개에 달할 정도로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롯데쇼핑이 43개, 롯데칠성음료가 24개, 롯데제과가 12개의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다.
흥미로운 점은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이 되는 계열사는 롯데쇼핑이지만 실질적 지주회사 역할은 호텔롯데가 맡고 있다는 것이다. 호텔롯데는 주요 계열사의 대주주로 지분출자를 하고 있어 지배력은 낮지만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 19.1%, 일본 L4투자회사가 78.1%를 각각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일본계 자본이 지배하는 회사다. 일본롯데홀딩스는 신격호 회장이 맡고 있는 광윤사가 27.7%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다. 신격호 회장은 광윤사를 통해 실질적으로 롯데그룹 전체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다. 광윤사는 롯데알미늄의 지분 22.84%와 롯데캐피탈 지분 1.92%를 보유하고 있다. 계열사는 아니지만 롯데그룹이 최대주주로 있는 BS금융지주의 지분 1.22%도 갖고 있다.
호텔롯데는 롯데쇼핑(8.8%), 롯데제과(3.2%), 롯데칠성음료(5.8%), 롯데푸드(8.9%), 롯데케미칼(12.7%)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해 그룹 전체를 아우르고 있다. 또 호텔롯데는 지난해 9월 말 기준 롯데쇼핑 지분의 8.8%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부회장이 각각 13.46%와 13.35%의 지분을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신격호 회장 0.93%, 신영자 사장 0.74% 등 나머지 가족들도 1% 안팎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롯데알미늄 지분 12.0%를 보유하고 있으며 롯데카드(92.5%)와 롯데하이마트(65.3%), 롯데리아(38.7%), 대홍기획(34.0%), 롯데푸드(3.4%) 등을 가지고 있다.
롯데제과는 롯데칠성음료 지분 19.2%를 비롯해 롯데쇼핑 지분 7.9%, 롯데푸드 9.3% 등을 보유하고 있다. 석유화학 부문 중심기업인 롯데케미칼은 롯데알미늄의 지분 13.2%와 롯데건설 지분 32.0%를 가지고 있다. 롯데물산이 31.27%로 최대주주이며 호텔롯데도 12.68%의 지분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