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경기침체가 아시아 각국 수출업체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의 경제성장 엔진이 식은 가운데 아시아 수출업체의 유일한 희망은 유럽 등 서방권의 수요이지만, 계속된 경기 침체와 이로 인한 유로 약세로 이들의 수출길이 갈수록 좁힌다는 것이다.
지난해 상반기 아시아 기업의 대(對) 유럽 수출은 개선됐다. HSBC의 3개월 평균 동향 분석에 따르면 7월 대유럽 수출은 11% 넘게 성장했다. 한 자리 수 대였던 전년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이다. 그러나 7월을 기점으로 이 수치는 점점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난해 10월 아시아 기업의 대 유로존 수출증가율은 5.3%로 줄었으며 11월, 12월도 감소세를 보였다.
대 유럽 수출 감소세는 아시아 국가에 악재라는 평가다. 중국의 성장 둔화로 아시아 수출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유럽 경제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수출이 잘 될리 없기 때문이다. 프레드릭 뉴먼 HSBC 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은 아시아 업체들에 엄청나게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개별 아시아 국가로 놓고 봤을 때도 상황은 좋지 않다. 휴대폰 부품 등 전자제품 수출 비중이 높은 대만의 경우 12월 대유럽 수출은 전월 대비 3.2% 줄었다. 11월에는 반짝 증가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애플의 아이폰6 출시에도 8~10월까지 줄곧 내림세였다. 대만은 애플 핵심 부품 공급업체들의 본거지다. 태국도 11월 대유럽 수출이 6.4% 떨어졌으며 한국과 중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세계은행(WB)은 지난 13일 올해 유로존 경세성장률 전망을 종전 1.8%에서 1.1%로 낮춰잡았다. 반면 미국은 3.2%로 종전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끌어올렸다. 유럽 각국의 부채는 늘어나고 국가 경쟁력 확보는 갈수록 힘들어지면서 제3의 경기 침체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유럽의 평균실업률은 11.5%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통화 대비 유로 가치가 계속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 6개월간 인도 루피, 중국 위안, 태국 바트 등 아시아 통화 대비 유로 가치 하락률은 두자릿수에 달했다. 그나마 최근 달러 강세가 아시아 수출업체들의 매출 증대에 도움이 되고 있으나 유로 약세는 역으로 악재가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로 약세ㆍ달러 강세는 아시아 수출업체에 이중고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판매에 유럽이 20%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 소니의 경우 유로 약세로 영업이익에서 60억 엔의 손실을 봐야 했다.
나카네 야수오 도이체 방크 애널리스트는 “달러강세ㆍ유로 약세는 (소니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