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중앙은행(SNB)의 환율하한제 포기라는 ‘돌발’ 결정으로 환율시장이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고 있는 중국이 스위스처럼 이를 포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됐다.
칼럼니스트 크레이그 스티븐은 18일(현지시간) 마켓워치 기고문에서 환율전쟁을 심화되는 가운데 사실상 고정환율제를 운영하고 있는 중국이 이를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2005년 달러에 대한 고정환율제(페그제)를 폐지하고 변동환율제를 도입했지만 ‘보이지 않는 손’을 통해 여전히 달러에 대한 자국 통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중국 위안화의 가치는 주요국 통화 대비 상대적으로 상당히 올랐다. 특히 이웃나라 일본이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정책 이른바 ‘아베노믹스’로 엔저현상이 심화되면서 세계 최대 수출국으로서 2년간 공격적인 엔저 여파를 감당해야 했다고 스티븐은 지적했다.
여기에 오는 22일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정책을 도입할 가능성에 사실상 ‘그린라이트’가 켜진 상황에서 지난주 SNB의 결정은 중국으로서는 더 큰 부담을 안게 된 셈이 됐다. SNB의 환율방어 포기는 곧 유로 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상대적으로 위안화가 강세를 띠게 될 경우 중국 경제에 호재로 작용할 리 만무하다는 것이다.
이번 주 발표되는 지난해 중국 경제성장률도 중국의 환율방어 기조에 부담될 전망이다. 20일 중국 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발표된다. 전문가들은 당초 중국 정부가 제시한 목표치 7.5%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리스크는 디플레이션이다. 중국의 생산자 물가가 3년 가까이 하락하고 지난해 중반부터 유가가 급락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해 12월 주요 대도시의 신규 주택가격도 전년대비 4.3% 떨어졌다. 여기에 GDP 대비 250%를 넘는 부채도 중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의 외환보유고 감소도 문제다. 2014년 4분기 중국 외환보유고는 480억 달러 줄어든 3조8400억 달러인 것으로 집계됐다. 달러 대비 유로와 엔 가치가 각각 4.2%, 9.3% 떨어진 여파다. 반면 자금 유출은 지난해 4분기 1200억 달러로 3분기 680억 달러에서 대폭 확대됐다. 자금 유출이 확대되면 인민은행이 환율 방어를 위해 쓰는 외환 보유액도 그만큼 많아지게 되고, 시장의 유동성도 말라가게 된다.
스티븐은 이런 모든 시나리오가 중국을 스위스와 같은 결정으로 이끌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주 스위스발 환율 대란은 유럽은 물론 중국과 미국 등의 수출길을 좁힌다는 점에서 새로운 경제성장 역풍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스티븐은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