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경제포럼] 어린이집 폭행, 국가시험이 정답일까?

입력 2015-01-28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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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연세대 특임교수, 전 국회의원

밥을 먹지 않는다고 4살짜리 어린아이가 날아갈 정도로 때리는 인면수심의 교사, 주먹으로 어린아이의 얼굴을 무차별 가격하는 어린이집 교사들 동영상으로 온 나라가 분노와 우려에 휩싸여 있다. 각종 대책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걱정거리를 더하는 대목이 눈에 띈다. 보육교사 자격증을 국가시험으로 취득하도록 하자는 방안으로 관련 교과목을 이수한 뒤 인성검사까지 받아야 응시 자격이 생기고 장기적으론 관련 학과 졸업생으로 응시대상을 제한하자는 것이다.

국가시험제도는 아이들을 폭행하는 문제 교사를 걸러내기에는 역부족인 반면 불필요한 진입장벽을 쌓고 고비용 구조를 만들어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아이들을 돌보는 현장에서는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가와 아이를 키워 본 경험이 어떤 교과목을 얼마나 많이 이수했는가보다 훨씬 중요하다. 국가시험제도는 자칫 잘못하면 아이들을 자기 자식처럼 사랑하고 돌보는 베테랑 엄마들을 관련 학과 졸업생이 아니란 이유로, 관련 교과목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험 성적이 모자란다는 이유로 원천 배제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반면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국가시험에 통과하기 위한 제반 비용을 유발시킨다는 점과 시장에서의 공급 부족을 초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사 인건비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최근 어린이집 폭행사건이 빈발하게 된 원인으로 운영비 부족으로 어린이를 돌보기에 충분한 만큼의 교사를 고용하지 못해 교사 1인당 원아 수가 턱없이 많은 현실도 지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 인건비를 높이고 교사의 공급을 줄일 수밖에 없는 국가시험제는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이들이 질 높은 보육을 받는다는 보장이 있다면 높은 비용을 감내하더라도 감행할 가치가 있겠지만 오히려 국가시험제는 0~5세의 미취학 아동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게 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비용에 비해 실익이 적어 보인다. 0~5세의 어린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차원 방정식 풀기 같은 고도의 전문성 교육이 아니라 따뜻한 사랑과 인성 교육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영국 유치원에서 세 아들을 키우면서 확실히 배운 것은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고마운 유치원 선생님 중에는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관련 학점을 많이 이수한 성적우수자보다 학위는 없어도 아이를 가슴으로 사랑하고 잘 길러낸 경험 있는 베테랑 엄마가 훨씬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등에서는 교사자격증이나 학벌은 중요하지 않고 아이들을 잘 키운 사람들을 교사로 뽑는다. 40~50대의 나이 든 교사들이 많은 이유다.

교사의 사랑과 경험을 우대할 수 없는 지나치게 형식적인 시험제도로 불필요한 진입비용만 높이지 말고, 현장에서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사후 일벌백계를 강화하는 것이 정공법이라고 본다. 폭력 교사는 물론 폭력 교사를 방치한 경영진도 이름만 바꿔서 보육시설을 신장개업할 수 없도록 실효성 있는 영구퇴출제도를 확립해 적당히 하다가는 패가망신한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 주어야만 할 것이다. 어린이집 폭행이 그동안 수없이 반복돼 왔지만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여론의 뭇매를 맞는 그때만 잘 넘기면 된다, 그래도 안 되면 적당히 이름 바꿔서 신장개업하면 된다는 안일한 인식 때문이다. 이런 생각이 설 자리를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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