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재판' 개입 논란을 빚었던 신영철(61·사법연수원 8기) 대법관이 17일 6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이날 감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 차림으로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퇴임식장에 선 신 대법관은 퇴임사를 통해 재판 개입 논란을 의식한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치열한 프로 정신으로 무장한 전문가로 손색이 없는 재판을 하기 위해 가진 시간을 온전히 다 썼다고 자부한다"며 "어폐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정책 결정자로서의 시각으로 약간 다른 각도에서 사안을 보려고 노력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또 "사회 발전과 더불어 사건이 매우 복잡해져서, 흑백이나 좌우 등의 단선적인 논리로 쉽게 재단할 수가 없게 됐다"고도 했다.
신 대법관은 "사건에 따라서는 관련되는 이익이 서로 얽혀 있어 어느 것이 소수자나 경제적 약자를 위하는 것인 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다"며 "약자를 옹호하는 것으로 보이는 판결이 다른 약자의 권리신장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신 대법관은 200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시절 '촛불재판'을 맡은 판사들에게 이메일로 재판을 독촉하고 사건을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 재판과 법관의 독립을 저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촛불시위에 참석했던 시위자들에 대해 유죄판결이 내려지는 상황에서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돼 재판이 연기되자 법원장이 나서 재판을 신속히 처리할 것을 주문한 것이었다.
이 일로 전국 26개 고등·지방법원 가운데 17개 법원에서 판사 500여명이 판사회의를 열어 신 대법관의 행위를 재판권 독립 침해로 규정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법관과 직원 등 200여명이 참석해 25년간의 법관 생활을 마무리하고 물러나는 신 대법관을 배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