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동원 피해지원 재단'이 임원 임명 문제를 놓고 행정자치부와 갈등을 빚다가 설립 허가가 취소될 위기에 처했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재단은 일제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복지 지원 등의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2012년부터 설립이 추진됐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이승한 부장판사)는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설립 준비위원 김모씨 등 6명이 '임원임명처분 및 법인설립허가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는 이전까지 특별법에 따라 국무총리 소속으로 운영되다 재단 설립을 위해 2012년 3월 준비위원회를 발족했다. 준비위는 재단 설립 정관을 만들기 위해 여러 차례 회의를 열었는데, 이듬해 10월 열린 제9차 전체회의에서 안전행정부(현 행자부) 측은 안행부 장관이 이사장, 이사 및 감사를 임명하는 임명제를 요구한다고 통보했다.
준비위원들이 무기명 비밀투표 결과 재단 임원을 내부적으로 뽑아 정부의 승인을 받는 '승인제'를 채택하기로 결정한 것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이후 제13차 전체회의에서 준비위원장이 안행부 뜻에 따라 재투표를 추진해 '임명제'가 의결, 이를 포함한 정관이 작성됐다. 그리고 지난해 6월 안행부의 허가로 재단이 설립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준비위의 제13차 전체회의 의결이 무효이며 이 의결에 따라 작성된 정관도 무효라고 봤다. 또 정관작성이 무효이므로 이를 바탕으로 한 법인설립 허가 처분 역시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제13차 전체회의가 파행으로 치달았으며 고성이 오가고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혼란이 계속되던 와중에 임원 임명제 찬반에 대한 개표가 이뤄졌다"며 "이 개표결과를 믿을 수 없고 준비위원 과반수 찬성에 의한 의결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재단법인 정관이 무효로 된 것은 정부가 임원선임 임명제를 지속적으로 요구한 데 기인한다"며 "정부의 처분은 그 하자가 중대하고 객관적으로 명백하므로 당연히 무효"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