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2월27일 二三月時(이삼월시) 2월에서 3월로 바뀌는 어름

입력 2015-02-27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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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2월이 끝나간다. 2월은 원래 짧은데 올해는 28일이 마지막이니 작은 달의 더 작은 달이다. 음력으로는 새해 들어 열흘도 안 된 신춘(新春) 초춘(初春)이지만, 2월은 미완의 달이라는 느낌을 준다. 봄은 오고 있는데 겨울로 돌아가는 듯 여전히 춥고 뭔가 어설프고 아쉽다.

자연과 세상을 모두 시로 생각하는 것 같은 인디언의 달력에 2월은 강에 얼음이 풀리는 달(앨곤퀸 족), 새순이 돋는 달(카이오와 족), 심신을 정화하는 달(호피 족), 홀로 걷는 달(체로키 족), 사람이 늙는 달(크리 족)이다. 그리고 ‘더디게 가는 달’(모호크 족)이다. 짧은 달인데 왜 더딜까. 하루라도 빨리 봄이 오기를 바라 그런 거겠지.

홍수희 시인의 작품에 ‘봄은 온다’가 있다. 이렇게 시작된다. ‘봄은 온다/서러워 마라/겨울은/봄을 위하여 있는 것’ 그리고 ‘봄은 우리들/마음 안에 있는 것/불러 주지 않으면/오지 않는 것이야’라고 말한다.

양광모 시인의 ‘2월예찬’도 읽어 보자. ‘이틀이나 사흘쯤 주어진다면/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겠니?//2월은 시치미를 뚝 떼고/빙긋이 웃으며 말하네//겨울이 끝나야 봄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봄이 시작되어야 겨울이 물러가는 거란다//(전문 인용)’

조선 후기의 학자 서계 박세당(1629∼1703)의 시도 참 좋다. ‘千山萬山雪 二月三月時 驚見寒溪上 辛夷花一枝’(산마다 눈 덮인/이삼월 어름/반가워라 시린 개울가/목련꽃 한 가지). 함경감사인 조카 박태상(朴泰尙)을 찾아가다 ‘남산에서 고산으로 가는 길 옆의 개울 기슭, 문득 반쯤 핀 목련꽃을 보고’ 쓴 시다. 그곳이 어디였을까. 북녘 땅 어디 아니었나 싶다. 마지막 행의 신이화는 개나리라는 말도 있지만, 목련을 가리킨다는 풀이가 더 많다.

내일 모레면 3월이다. 마중 삼아 봄 시를 읽고 싶은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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