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탄생한 피처폰도 스마트폰도 아닌 ‘가라호’라는 신개념폰이 세계 모바일 시장의 주역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주요 이동통신 업체들이 2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막한 세계 최대 모바일 박람회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에 맞춰 스마트폰과 TV용 운영체제 ‘파이어폭스 OS’를 개발해 휴대폰에 탑재하기로 미국 모질라재단과 합의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모바일용 파이어폭스 OS 개발에 참여하기로 한 기업은 일본의 KDDI와 미국 버라이존와이어리스, 한국 LG텔레콤, 스페인의 텔레포니카 등 4개사다. 이들 업체는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LCD 등 부자재 조달이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플랫폼 개발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같이 뜻을 모았다.
모질라 재단(Mozilla Foundation)은 자유 소프트웨어 기반의 모질라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이끌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재단이다. 이 재단은 모질라 소프트웨어의 출시 및 개발을 지휘하고 특정 모질라 개발자를 고용해 개발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목적이 있다.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있으며 웹 브라우저인 모질라 파이어폭스, 모질라 스위트, 모질라 선더버드 등을 개발 지원하고 있다.
현재 모바일 시장에선 구글의 OS인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스마트폰이 대중적이지만 안드로이드는 기본적으로 터치 패널의 조작을 전제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설계했다. 따라서 터치 패널 사용을 꺼리는 사용자들에게는 기존 피처폰에 스마트폰 기능을 탑재한 새로운 개념의 휴대폰이 없는 게 아쉬운 상황이다.
이 대안으로 나온 게 일본의 ‘가라호’다. 가라호란 ‘갈라파고스 스마트폰’의 약자를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이다. 외형은 기존의 휴대전화(피처폰)이지만 일본의 독자적인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가리킨다. 전자 화폐, DMB 방송, 키패드 등 타국의 스마트폰에는 없는 기능을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초기에는 국제 표준의 글로벌 스마트폰이 주류였지만 이같은 제품 사용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통신 사업자가 일본의 독자적인 기능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게 되면서 ‘가라호’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세계 최초의 가라호는 샤프의 ‘아쿠오스K’다. 안드로이드 기반인 아쿠오스K는 터치 패널식 스마트폰 일색인 휴대폰 시장에서 획기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2월20일 출시된 아쿠오스K는 첫날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아쿠오스K를 판매한 일본 이동통신업체 KDDI의 한 관계자는 “새로운 제품에 갈증을 느꼈던 차에 MNP(번호이동제도)를 도입한 이 제품이 나오자 타사에서 갈아탄 사용자도 꽤 많다”고 말했다.
다만 가라호의 요금제는 음성통화, SMS, 데이터 통화료 등이 포함된 스마트폰 요금제가 적용, 피처폰인 만큼 인터넷 연결이 잦지 않아 데이터 통신료는 그다지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통신사의 수익을 제한한다.
신문은 파이어폭스 OS는 안드로이드에 비해 조작이 유연해 다양한 장치 개발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파이어폭스 OS가 개발되면 가라호는 물론 PC와 흡사한 키보드를 탑재한 미국 블랙베리에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것. 이외에 슬라이드형이나 직선형 등 기존 피처폰에서 제공하는 형태의 단말기를 파이어폭스 OS로 만들 수도 있다는 것.
KDDI 관계자는 “파이어폭스 OS 기반의 가라호가 개발되면 해외 이동통신업체도 관심을 보일 것”이라며 “가라호 제조 업계에도 안드로이드파와 파이어폭스파가 공존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