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본지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등록된 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분석한 결과 삼성, 현대기아차, SK, LG 등 국내 10대 재벌그룹 계열사 58곳 사외이사의 평균 연봉은 6291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호텔신라 사외이사의 1인당 평균 연봉이 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삼성SDI(9800만원), 현대자동차(9500만원), 삼성전자(8800만원), 현대제철(8300만원)이 뒤를 이었다.
연봉대별로는 7000만원대가 11곳(18.9%)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연봉 6000만원대, 5000만원대, 4000만원대가 10개사(17.2%)씩 있었다. 이어 8000만원대인 회사가 9곳(15.5%)이었다. 연봉 5000만원이 넘는 회사의 비율이 68.8%에 달했다.
그룹별로는 삼성그룹이 평균 8275만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현대기아차(6950만원), 롯데(5907만원), LG(5712만원), SK(5682만원) 순이었다.
사외이사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았지만 정작 역할은 그에 걸맞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해마다 10회 정도 열리는 이사회에 참석해 안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반대표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이사회에 한 번 참석하는 대가로 600만원이 넘는 봉급을 챙긴 셈이다.
사외이사 연봉이 가장 높았던 호텔신라의 경우 지난 한 해 동안 열린 8번의 이사회에서 최현철, 정진호 두 사외이사가 반대표를 던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삼성전자도 5명의 사외이사 중 불참자를 제외하고는 한 번도 반대표가 나온 일이 없었다. 현대차, 포스코, SK텔레콤, LG화학 등 10대그룹 계열사 사외이사의 찬성률은 100%에 달했다.
이사회 찬성률이 높게 나오는 것은 좋지만 100% 찬성률은 너무하다는 지적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국내 이사회 찬성률이 지나치게 높은 편”이라며 “이사회를 통해 최고경영자를 퇴진시키기도 하는 해외의 경우에 비춰볼 때 조금 특이하 것 같다”고 말했다.
사외이사 구성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본지 조사 결과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가 지난해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30%에 육박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권력기관 출신들이 인맥과 영향력 등에서 도움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권력과의 끈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의도도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