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0대 재벌그룹이 주주총회에서 전직 장·차관이나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를 선호하는 현상이 소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9일 10대 재벌그룹 계열 92개 상장사가 올해 선임하는 사외이사를 조사한 결과 10명 중 3명이 청와대, 장·차관,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등 권력기관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공정위 기준 상위 10대 재벌그룹 상장사 92개사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 또는 신규 선임하는 사외이사는 모두 115명(5일 기준)이다. 출신 직업별로 보면 교수가 가장 많았다. 기업인(15명), 판·검사(11명), 장·차관(8명), 공정위(5명), 국세청(5명), 언론인(5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 중 청와대 등 정부 고위 관료나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사법당국 등 이른바 권력기관 출신은 모두 34명으로 전체의 29.6%를 차지했다. 지난해 권력 출신 사외이사가 44명(35.2%)인 것과 비교하면 소폭 줄어든 셈이다.
반면 교수 출신 사외이사는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신규·재선임되는 교수 출신 사외이사는 모두 52명(45.2%)으로 지난해 48명(38.4%)보다 늘었다.
재선임을 제외하고 올해 신규 선임되는 사외이사는 54명이며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는 14명으로 25.9%다. 이들 중 판사나 검찰 출신이 7명으로 가장 많아 법조계 출신을 선호하는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 외에도 장·차관급인 국세청, 통계청 등 청장 출신 사외이사 후보자도 다수였다.
사외이사 제도는 대주주의 전횡을 감시·감독하라는 취지에서 외환위기 이후 도입됐으나 우리나라의 고질적 정경유착을 제도화하는 비정상적 제도로 굳어져 비난받아 왔다. 권력 기관 출신의 사외이사는 ‘바람막이’ 또는 ‘로비스트’ 역할을, 교수 출신은 경영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나 반기업 정서 등 기업들도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취지에 맞게 제도가 안착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