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중개업체 일광공영 이규태(66) 회장이 개입한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 납품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군과 검찰이 이 장비의 납품이 예정보다 지연됐는데도 납품사 측이 책임을 지지 않은 경위에 대해서도 규명하기로 했다.
납품사는 돈을 물지 않고 오히려 군이 책임을 떠안은 과정에서 국고에 거액의 손해를 안긴 것은 아닌지, 면책 결정을 둘러싸고 이 회장 측의 금품 로비는 없었는지 등이 수사 대상으로 떠올랐다.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전날 사기 혐의로 체포한 이 회장 등을 상대로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가 예정보다 늦게 납품된 경위를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12일 전해졌다.
방산업계 등에 따르면 일광공영이 터키 무기업체 하벨산과 방위사업청 사이의 납품거래를 중개한 EWTS는 2012년 5월 납품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장비 인수식은 한달 뒤인 6월에 개최됐고, 이마저도 EWTS를 구성하는 핵심 장비가 마련되지 않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로 진행됐다는 주장이 방산업계에서 제기됐다.
사실상 납품 완료까지는 시일이 두달 가까이 늦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에 따른다면 납품 지연 보상금이 100억원 가까이 발생하지만 납품사인 하벨산 측이 물지 않고 공군이 책임을 떠안았다는 게 업계 일각의 얘기다.
만약 납품사 측 책임이 있는데도 정부가 거액의 보상금을 받아낼 기회비용을 날린 셈이라면 이는 범죄 수사로 이어질 만한 대목이다.
실제 방산업계에서는 EWTS 납품이 늦어진 데에는 일부 구성품을 하청 생산한 일광공영의 계열사 일진하이테크의 납품 물량이 수준 미달이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흘러나온다. 일광 측도 납품 지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주장이다.
현재 이 회장은 EWTS 납품 과정에서 정부를 속여 500억원가량의 장비 대금을 더 받아낸 혐의로 체포된 상태다.
합수단이 향후 조사 과정에서 일광공영 측의 납품 지연 책임을 인정할 만한 단서를 찾아낸다면 정부를 상대로 한 일광공영 측의 사기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납품사 측의 보상금 면책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이 회장이 군과 방위사업청 관계자 등에게 금품 로비를 벌였는지도 합수단의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