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단이 현대모비스와 기아차 사외이사 재선임안에 반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의결권 행사 강화에 돌입했다.
지난해 12월말 결산법인의 정기주주총회 시즌이 이달초 본격화되면서 이달말까지 무려 738개 상장사가 주총을 열 계획이다. 이번 주총의 핵심은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여부다. 국민연금은 일부 기업의 최대주주로 자리매김 하며 막강한 영향력을 지녔다. 하지만 관치 논란 등으로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이었다.
그런 국민연금이 올해부터는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설 방침이다. 실제로 공단측은 ‘국민연금 배당기준 정책토론회’ 열고 의결권 행사 강화 움직임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공단 측은 처음으로 400개 투자종목의 주총 안건 분석 작업을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했다. 주총에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범위나 강도가 그 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5월께 배당확대 등 구체적인 지침을 정하고 6월경에 가이드라인을 만들 방침이다. 여기에는 주주권 행사와 사회적 책임 투자 여부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이 지분은 투자한 기업에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은 상당하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은 266사로 국내 대기업과 금융지주사에 집중돼 퍼져 있다.
네이버와 포스코, KB금융, KT 등 기업은 1대 주주이며 삼성전자는 이건희(3.88%) 회장보다 지분이 2배(7.8%) 이상 보유하고 있다. CEO스코어가 30대 그룹 191개 상장사의 국민연금 주식투자 현황(1월16일 기준)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기업 중 64개 기업은 대주주 일가보다 국민연금 지분이 많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던 국민연금이 지난 11일 올해 처음으로 기업 사외이사 재선임에 반대 입장을 나타내며 견제에 나섰다. 국민연금이 현대모비스와 기아자동차의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재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질 방침이다. 현대차의 한국전력 부지 매입과 관련, 경영진에 대한 견제 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판단에서다.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 국민연금은 기업에 냉철한 잣대를 들이대 적극적인 반대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 반대 의결권 행사 비중이 △2008년 5.4% △2009년 6.6% △2010년 8.1% △2011년 7.0%로 늘었다. 2012년에는 상법 개정과 관련한 정관 변경에 반대표를 날리면서 반대 비중이 17.0%까지 치솟았고 2013년에는 10.8%를 기록했다. 이를 감안하면 올해 반대 의결권 행사 비중은 이를 훨씬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 주식투자로 마이너스를 기록, 주주권한 행사 강화가 불가피 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우려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가 목소리를 높인다면 회사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는 “국민연금이 주요 기업의 최대주주가 되는 상황에서 주식의결권과 주주권 행사 강화는 주식회사를 근간으로 하는 국내 자본주의를 흔들 수 있다”며 “가이드라인 제정과 국민연금의 의결권 강화에 대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