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디스크자키 배철수입니다.”
서울 상암동 MBC 신사옥에서 최근 열린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이하, ‘배캠’) 25주년 기자간담회에 등장한 배철수의 인사말이다. 모든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를 디스크자키, DJ라고 부르는 요즘, 배철수는 몇 안 남은 진정한 의미의 디스크자키다.
근래들어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들이 음악을 틀어주던 역할에서 벗어나 토크 중심으로 변화했다. 하지만‘배캠’은 고집스럽게 음악과 음악을 신청하는 사람들의 사연 위주로 방송되고 있다.
“대한민국 라디오 프로그램 중 제 프로그램이 가장 청취층이 넓을 거에요. 여전히 새로운 청취자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어요. 다양한 세대가 함께 듣는 프로그램을 맡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낍니다.”
매일 두 시간씩 25년, 약 1만8000여시간. 배철수가 ‘음악캠프’를 진행하며 보낸 시간이다. 동일 타이틀, 동일 DJ로는 국내 최장수 기록이다.
“해외에 나갈 때면 직업란에 ‘디스크자키’라고 적어요. 오후 6시 방송이지만 12시면 방송사로 출근해요. 이제는 그냥 삶 자체가 돼 버렸죠. 내 인생에서 이 프로그램을 떼내면 과연 남는 게 뭘까 생각하기도 해요.”
배철수의 모든 스케줄은 ‘배컴’중심으로 짜여 진다. ‘배캠’에 방해가 될 것 같은 스케줄은 잡지 않는다. 배철수의 삶이 ‘배캠’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는 셈이다. 이런 그가 ‘디스크자키’로서 25년 간 지켜온 원칙이 있다.
“저는 모르는 음악을 방송에 틀지 않아요. DJ가 자기도 모르는 음악을 ‘이거 한 번 틀어볼까?’ 하고 청취자에게 소개하는 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배캠’은 꾸준히 ‘음악 방송’을 했다.
“우리에게 ‘왜 관련 코멘트도 없느냐’고 비난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저는 각 프로그램마다 자기 역할이 있다고 말해요. 하루 안 좋은 일, 힘든 일을 겪은 사람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좋은 음악과 실없는 농담으로 피식 웃을 수 있다면 저는 만족해요. 저는 그게 ‘음악캠프’존재 의미라고 생각하거든요.”
25년이라는 긴 시간속에서 배철수와 ‘음악캠프’는 하나를 떼어두고는 생각 할 수 없는 하나의 고유명사가 됐다.
“언젠가 프로그램에서 하차해야한다면 ‘음악캠프’를 영구 폐지해줬으면 좋겠어요. 위대한 운동선수들이 은퇴하면 선수들의 번호를 영구 결번하는 것처럼요.”
‘음악캠프’라는 프로그램을 만난 것이 인생에 가장 큰 행운이라는 배철수. 하지만 사실 그는 매일같이 ‘배캠’을 그만 둔 이후의 모습을 상상한다.
“때로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해요. 그만두면 여행을 가야지, 뭘 해야지 하고요. 하지만 생각만하고 별 소용 없더라고요. 결국 ‘오늘 방송 잘 해야지’라고 다짐하고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