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의 재정 조기 집행과 공공기관·민간 투자 유도 등으로 연내 투자를 7조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정부는 아직도 단순한 금리 인하와 확장재정으로만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는 듯해 답답하다.
악화일로의 서민경기 침체 상황에서 4·29 재보선을 의식해 정부가 또다시 충실하지 못한 급조된 부양책을 반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올해 집행관리 대상사업 예산의 상반기 조기 집행액 2조원에 2기 경제팀의 46조원 정책 패키지 잔여분 집행액 1조원 증액 등 3조원의 예산을 미리 투입하고, 하반기에 산업은행과 민간기업의 신성장사업 투자 5조원과 공공기관 사업투자 1조원, 신규 공장설립 5000억원 등 7조원의 민관투자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추가 부양책은 최경환 경제팀이 지난해 추진한 재정보강의 효과가 전무한 상황에서 추가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 문제가 있다.
지난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필자는 최경환 경제팀이 내놓은 재정보강 11.7조원의 실체 없는 성장효과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민생지원 확대 8.6조원은 기금운용계획을 변경한 기존 재원에 불과하고, 3.1조원의 재정집행률 제고 및 민간선투자 유도 역시 기존 재원과 노력분이며 향후 정부 원리금 지원액을 고려하면 조금의 추가 재원도 없는 말뿐인 보강책임을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를 통해 0.1%포인트 성장효과를 기대한다면서 2009년 17.7조원의 추경 0.8%포인트 경제성장 효과에 버금가는 성과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어떠했나?
2014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3.3%로 정부와 한국은행의 당초 전망 3.9%는 말할 것도 없이 수정 전망 3.7%와 3.5%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부의 재정보강으로 인한 경제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다시 재정보강을 주 내용으로 하는 추가 부양책을 발표했다. 지난해 재정보강 정책에 대한 평가도 없이 효과도 없는 판박이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그뿐 아니다. 예산의 섣부른 조기 집행은 하반기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쳐 정작 시급한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조삼모사식의 재정 조기집행과 효과 없는 민관 투자 유도로는 더 이상 경기부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정부는 언제 깨달을까?
경기침체에 대응하기 위한 재정의 역할은 단순히 정부가 재정을 푸는 게 요점이 아니라 내수소비와 신규투자로 순환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 7년간 대기업 프렌들리와 부자감세로 인해 부가 편중돼 재벌 대기업이 500조원 넘는 사내유보금을 쌓아올리는 동안 가계의 소득은 정체돼 가계의 실질구매력과 가계에 대한 노동소득분배율은 하락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가 진정 유효수요 창출을 원한다면 이제는 가계소득 중심의 경제성장론을 수용할 때다.
부자감세 철회를 비롯한 비정규직 차별해소와 최저임금 인상 그리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고용안전망 구축이 바로 그것이다.
낮은 가계소득과 열악한 분배구조가 서민과 가계의 소비를 제약하고 그것이 다시 기업의 투자를 줄이고 결국 일자리와 소득이 다시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
최근 중동에 다녀온 박근혜 대통령이 일자리가 없는 청년들을 중동에 보내라고 했다는데, 그러기 전에 청년들에게 국내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노력을 얼마나 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부터 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소득 주도 성장으로 국민의 지갑을 두툼하게 해 내수경기를 살리고 이어 투자확대를 통한 양질의 국내 일자리가 많이 생겨나도록 정책의 대전환을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