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사모펀드(PEF)인 오릭스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마지막 보루로 삼고 있던 제조업 계열의 동부팜한농 인수를 추진한다. 동부팜한농은 동부의 농업 관련 전문 계열사로 종자와 작물보호제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6214억원, 영업이익 335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상환을 위해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화공사업부 매각이 결렬되면서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인 BB+까지 떨어졌다.▶관련기사 2015년 3월 5일 [단독] 동부팜한농 화공사업부 매각 사실상 결렬…회사채 상환 비상
31일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오릭스PE는 최근 동부팜한농 재무적투자자(FI)들이 동부그룹에 계열분리를 요청하면서 본격적 매각 절차에 돌입하자 인수를 위한 검토작업에 나섰다. FI는 하나대투증권, 스틱인베스트먼트, 원익투자파트너스, 큐캐피탈파트너스,IBK캐피탈 등이다. 동부팜한농 지분 50.1%를 보유하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동부팜한농은 동부그룹 계열사 중 유일하게 독자적 사업구조를 갖추고 꾸준히 수익을 내는 회사로, 다만 그룹 지배구조에 따라 리스크가 전이되는 불이익을 받고 있다”며 “오릭스 등 외국계 자본을 중심으로 동부팜한농이 그룹으로부터 분리돼 매각 수순을 밟게 되면서 인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동부팜한농 FI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동부팜한농의 계열 분리에 따른 매각 절차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들은 지난 2013년 9월 동부팜한농이 발행한 35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발행한 지 3년이 되는 내년 9월 만기가 돌아오자 계열분리와 함께 매각 추진을 결정했다. 김준기 회장 입장에선 FI들에 내년 9월까지 3500억원 규모의 RCPS를 갚아야 하지만 추가로 돈을 빌리거나 기업공개(IPO)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든 상황이다.
한편 김 회장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추진하던 동부하이텍 매각작업이 무산됐다. 공동 매각 주관사인 KDB산업은행과 노무라증권은 국내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계까지 등을 돌리면서 동부하이텍 매각이 사실상 무산된 것으로 판단했다.
문제는 더 이상 시장에 인수능력이 있는 후보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번 매각에 정통한 관계자는 “동부하이텍은 매각 시점이 문제가 아니라, 마땅한 인수자가 없는 게 큰 문제”라며 “채권단이 매각을 위해 차입금 이자율을 낮춘 것은 능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