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내수특명’ 왜 나왔나… “피아트처럼 될 수 있다” 위기감에 특단

입력 2015-04-07 10:47 수정 2015-04-0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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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판 최하위ㆍ수입ㆍ국산 공세 3중고 겪어, 기아차와의 경쟁도 격화

“올해 내수 시장 점유율을 지난해보다 늘리지 못하면 옷 벗을 각오해야 합니다.”

현대자동차 국내영업본부의 한 관계자는 최근의 회사 분위기를 이 같이 전했다. 그는 “영업본부에게 판매 확대는 숙명이지만, 지금처럼 분위기가 엄혹한 것은 고(故) 정주영 회장이 ‘포니’의 성공을 다그친 이후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자체 조사서 브랜드 평판 최하위 ‘충격’= 현대차가 안방으로 여겼던 내수 시장에서 위기를 느낀 근간에는 브랜드 평판의 하락이 깔려 있다.

현대차는 자체 조사한 국내 제조사의 상품평가에서 선호도 28%로 1위를 차지했다. 기아자동차는 23%, 한국지엠 17%, 르노삼성자동차 17%를 각각 기록했다.

그러나 상품평가와 달리, 브랜드 평판에서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이 회사의 브랜드 평판 선호도는 16%에 그쳤다. 기아차와 한국지엠은 20%를 기록, 공동 1위에 올랐으며 르노삼성은 19%를 기록했다. 자동차 품질은 좋지만 브랜드는 인기가 없다는 이질적인 상황에 놓인 것이다.

현영석 한남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시장에서 싼타페 등 몇 개 차종의 품질 문제가 거론된 것이 소비자의 신뢰를 떨어뜨렸다”고 평가했다.

특히, 현대차는 20~30대의 젊은층의 이탈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국내 30세 고객의 현대차 선호도는 22%에 그쳤다. 반면, BMW는 55%, 폭스바겐은 40%의 선호도를 기록하며 현대차와의 격차를 크게 벌렸다.

◇국내 제조사 간 경쟁… 기아차가 ‘복병’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현대차 위기의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2000년대 후반 이후 국내 자동차 시장은 연간 160만대 전후로 정체돼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고위 관계자는 “자동차 수요의 고도 성장이 끝나면서 이제는 누군가 성장하면 누군가는 시장점유율을 뺏길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제조사의 성장은 현대차에게는 위협이다. 쌍용자동차는 올 초 ‘티볼리’를 출시한 뒤 국내 시장서 선전하고 있다. 르노삼성은 ‘QM3’에 이어 르노의 다른 모델을 수입 판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실 가장 큰 위협은 기아차의 선전이다. 그룹 내 한지붕 가족이자, 최대 경쟁자라는 것. 기아차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으로 판매를 늘리자 현대차는 빠르게 시장점유율을 빼앗기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 시장 분석 보고서에서 △‘쏘렌토’와 ‘카니발’의 판매 호조세 지속 △‘봉고’의 생산 증량을 내수 시장에서 가장 큰 위협 요인으로 지목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국내 시장의 70%가량을 차지하다 보니 다른 업체에게서 시장의 파이를 가져오는 것은 한계가 왔다”며 “결국 현대차와 기아차 간의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폭발 성장 수입차, 국내 시장 20% 잠식 예고= 수입차의 고속 질주도 현대차가 풀어야 할 숙제다.

수입차는 지난달인 3월 2만2280대가 팔리면서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41.6% 상승했다. 한국수입차협회는 지난해 말 2015년에는 저성장과 가계부채로 수입차의 성장이 더딜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수입차는 올 1분기 5만8969대가 팔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7% 성장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수입차는 올해 25만대 이상 팔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라면 수입차의 내수 시장 20% 점유도 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영석 교수는 “수입차가 성장하면서 국내 제조사 중 어딘가는 시장을 내줘야 한다”며 “현대차 등 국내 제조사의 시장 판도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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