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유무선 결합서비스가 허용됨에 따라 통신시장이 새로운 경쟁 국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 이영수 책임연구원은 15일 결합서비스 관련 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결합서비스에 대한 정책 방향이 잡힘에 따라 내년은 결합서비스가 본격화되는 해가 될 것”이라며 “결합서비스의 등장은 통신서비스 산업의 중장기적 경쟁 구도를 흔들 수 있을 정도의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결합서비스 허용은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시내전화 등으로 구분된 시장에서 여러 서비스가 얽히며 상호 경쟁하는 ‘새로운 경쟁 시장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결합서비스 구성에 필요한 모든 서비스를 제공할 역량을 갖추고 있는 사업자는 비교적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사업자들은 제휴 및 M&A 등 다양한 돌파구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결합서비스의 허용은 한동안 성숙기 및 안정지양 양상을 보였던 국내 통신서비스 시장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결합서비스가 보편화되어 많은 가입자들이 결합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경쟁사의 가입자를 획득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초기에 결합서비스 가입자를 확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자들은 신규 서비스와 기존 서비스 간의 결합서비스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사업자들은 와이브로, 3세대 이동통신인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의 투자에 따라 신규 가입자를 조기에 확대할 필요가 있다. 게다가 3세대 이동통신의 경우 보조금 지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서비스와 신규 서비스의 결합서비스를 통한 가입자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유리한 고지의 KT
KT는 결합서비스의 선도적인 입지를 확보할 전망이다. KT는 시내전화를 중심으로 유선전화와 초고속인터넷 그리고 자회사인 KTF를 통해 이동전화까지 제공하고 있어 결합서비스 제공을 위한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특히 KT는 시내전화 시장에서는 가입자뿐만 아니라 설비 면에서도 독점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어 결합서비스 시장에서 공격과 수비의 모든 방안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전화시장 상황은 KT를 더욱 유리하게 만든다. 저렴한 요금 덕분에 고객들은 요금에 민감하지 않다. 따라서 KT가 결합서비스 제도에 의해 동등접근을 제공하더라도 시내전화 요금이 싸기 때문에 경쟁사가 고객을 유인할 수단이 상대적으로 작아진다.
시내전화에 대한 번호이동성 제도가 실시된 지 4년이 경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번호이동 가입자가 약 90만 명 수준이다. 다만 경쟁사가 시내전화 결합서비스를 출시할 경우 KT와 직접적으로 경쟁 가능한 서비스가 등장한다는 점에서는 KT에 다소 위협이 될 수 있다.
◆제휴 모색할 SKT
KT에 비해 이동전화만을 제공하는 SK텔레콤의 경우는 결합서비스에 비해 다소 불리한 입장에 있다. 당장 제공할 결합서비스가 없으며, 이동전화를 중심으로 한 할인 결합서비스를 제공하면 매출 등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SK텔레콤은 타사업자와의 제휴나 기타 사업자의 인수 합병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수 합병의 경우 시내전화 시장은 성숙된 시장이고 초고속인터넷도 경쟁이 심하고 당장 수익을 내는 사업자도 없어 시장 진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시내전화를 중심으로 한 결합서비스에서는 KT 시내전화를 이용한 결합서비스도 고려해 볼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운 대안이다. 따라서 SK텔레콤은 SK텔링크의 인터넷 전화 사업을 활용하는 방안을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결합서비스의 다크호스 LG
결합서비스 시장에 다크호스로 등장할 사업자는 LG 통신진영이다. LG의 경우 결합서비스의 구성요소인 이동전화, 초고속인터넷, 유선전화 서비스를 모두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타사업자들에 비해 가입자 및 매출 시장점유율이 낮아 공격적으로 결합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이동전화 및 초고속인터넷 시장에서의 시장점유율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브랜드 이미지도 개선되고 있어 결합서비스 시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결합서비스는 가입자 기반이 매우 중요하고 시장 주도권을 가입자가 많은 선발 사업자에게 뺏길 경우 추후에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이점은 LG진영의 약점이자 LG가 결합서비스 준비에 서둘러야 하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