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해선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금융위원회 1급 공무원은 모두 서울대 출신으로 채워졌다. 금융위의 1급은 사무처장, 상임위원 2명, 증선위원 1명, 금융정보분석원장 등 총 6명이다. 지난 15일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이병래 전 국장이 신임 FIU 원장으로 선임되면서 금융위원회 1급 자리는 서울대 동문들이 차지했다.
이들의 임기를 고려하면 이른바 ‘서울 상대’ 출신들이 2년 이상 요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원회 내부에선 고시 출신이 많고, 조직 편제상 이 같은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울대 출신 선후배들이 금융정책을 좌지우지한다는 점에서 폐단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20일 금융위는 금융정보분석원 신임원장으로 이병래 전 금융위 금융서비스 국장을 승진 발령했다. 이어 세계은행(WB)에 파견을 나갔던 김학수 국장이 자본시장 국장으로 사실상 내정됐다. 이에 금융위 1급은 물론 국장까지 포함한 고위직 모두가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채워졌다. 이 중 당초 외부 민간 출신에 배정되는 감학균 상임위원(서울대 법대) 1곳을 빼면 모두 서울대 상대 출신이다. 관료 출신이 차지할 수 있는 1급 자리를 싹쓸이한 셈이다. 고승범 사무처장과 정지원 금융위 상임위원, 김용범 증선위 상임위원은 경제학과 81학번 동기다. 이 FIU 원장은 같은 학번으로 무역학과를 나왔다. 진웅섭 금감원장(건국대), 서태종 금감원 수석부원장(전남대), 이해선 원장 등이 금융위를 떠나면서 고위직의 서울대 싹쓸이 현상이 뚜렷해졌다.
주요 핵심 국장도 서울대 출신의 독점 현상이 뚜렷하다. 손병두 금융정책국장(국제 경제), 도규상 금융서비스국장(경제), 김정각 중소서민금융국장(경제), 자본시장국장이 유력한 김학수 전 국장(경제) 등 주요 국장이 모두 서울대 상대 출신이다. 이밖에 이명호 구조개선정책관(법학)과 김근익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경영), 변영한 FIU 기획행정실장(경제) 등도 같은 대학을 나왔다.
이 같은 현상에 금융위 안팎에서는 행정고시 출신 중에서도 서울대 출신만 살아남는 엘리트 문화 속에서 비고시 출신들의 소외감과 박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융위 5급 사무관 가운데 비고시 출신은 40%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 사무관에서 과장으로 승진한 비고시 출신은 단 한 명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전광우, 진동수, 김석동, 신제윤 등 역대 금융위원장은 모두 서울대 출신이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역대 금융위원장 중 처음으로 연세대 출신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금융위의 주요 직책을 같은 학교 학과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어 상호 견제가 잘 이뤄지지 않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임 위원장이 향후 이런 관행을 시정하고 균형잡힌 인사를 통해 본격적인 금융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