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와 유통은 합쳐야 산다"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즈가 아메리카 온라인(AOL)을 인수한다. 인수 금액은 44억달러, 전액 현금으로 지급키로 했다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15년 전 타임워너와 AOL이 1650억달러나 되는 세기의 결합을 했을 때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AOL은 닷컴 선두주자였다. 영화 <유브갓메일>에서도 AOL은 첨단 서비스로 주인공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오프라인 엔터테인먼트 업체 타임워너가 AOL과 합친 것은 온라인, 더 구체적으로는 ‘월드와이드웹(WWW)’ 시대의 광고 시장을 제패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양사는 합친 살림을 잘 못하고 삐걱거리다가 결국 제 갈 길을 가기로 했다. 결국 1650억달러짜리 실패한 인수합병(M&A)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다.
그런데도 버라이즌 커뮤니케이션즈가 AOL을 또 사려는 이유는 뭘까.
지난 2002~2006년 AOL 최고경영자(CEO)를 지냈고 현재는 벤처 캐피탈리스트로 있는 조나단 밀러는 “(합병의)논리는 명백하다 AOL과 타임워너 결합 때와 같다. 그 구조란 양사가 콘텐츠와 유통, 그리고 접속이라는 것을 함께 한다는 것이고 여전히 그것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버라이즌은 자신이 갖고 있는 거대한 네트워크에 엔터테인먼트, 광고, 서비스 등을 얹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고객을 더 많이 유치할 수도 있고 새로운 매출원도 생긴다. 버라이즌은 그동안에도 기업 서비스라든지 프리미엄 TV 콘텐츠 제공 등의 미끼를 찾아 왔고, 여기에 AOL의 것을 더하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계산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결합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케이블 업계의 강자 컴캐스트는 TV와 영화 산업의 강자 NBC유니버설을 인수했다. 버라이즌의 직접적인 경쟁자 AT&T는 위성TV 업체 디렉TV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며, 스프린트는 자체적으로 콘텐츠 산업에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한편 AOL이 영위하던 사업들은 어떻게 될까.
AOL은 2009년 타임워너로부터 떨어져 나온 이후 고군분투했다. 갖고 있는 브랜드 가운데에선 허핑턴포스트가 가장 잘 알려져 있는데 최근엔 이를 분사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버라이즌의 인수가 여기에 미칠 영향은 아직 추정키 어렵다. AOL은 또 정보기술(IT) 전문 미디어 테크크런치, AOL닷컴, 무비폰(Moviefone), 맵퀘스트(MapQuest) 등을 소유하고 있다.
AOL로서도 ‘모바일’이란 것이 절실했다. 사람들은 더 이상 거실에 앉아 TV를 보거나 신문을 읽지 않는다. 어디든 이동하면서 모바일 기기를 통해 미디어를 소비하고 있다. 그런데 전 세계 모바일 광고 시장의 55% 이상은 구글과 페이스북이 차지하고 있다. 그러니 미디어 업체로선 무얼 어떻게 해 볼 지원이 필요했고 이런 필요에 따라 버라이즌의 손을 잡은 것이다.
따라서 AOL이 버라이즌 품에 안기면서 독자 생존해 왔던 야후 등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지도 모른다고 CNBC는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야후가 그동안 이런저런 업체들을 인수하며 힘을 키워온 전략에 더 속도를 내든 아니면 더 큰 업체에 인수당하기를 꾀하든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