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애플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일본에서 자금 조달에 나선다.
27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애플이 내달 2000억 엔(약 2조원) 규모의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사무라이 본드는 일본의 채권시장에서 외국의 정부나 기업이 발행하는 엔화 표시 채권을 말한다.
신문은 애플이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자사주 매입 등 주주 환원에 필요한 재원으로 사용하고 일부는 일본 사업의 확대에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현재 일본의 기준금리는 0~0.1%. 애플은 일본의 초저금리를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키로 한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AA+’의 높은 신용등급을 자랑한다. 엔화 표시 채권의 경우 미 달러화 표시 채권보다 금리가 1% 정도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달러로 바꾸는 비용을 감안해도 조달 비용은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1일 블룸버그통신은 애플이 골드만삭스그룹, 일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을 공동 주간사로 선정하고 7일부터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사무라이 본드 발행을 타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말 기준 해외 기관들이 발행한 사무라이 본드의 평균 발행금리는 0.47%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1월의 0.44%보다 3bp(bp=0.01%P) 올랐지만 여전히 사상 최저 수준이다.
2015 회계연도 2분기(2015년 1~3월) 애플은 135억7000만 달러(주당 2.33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2억2000만 달러(주당 1.66달러)보다 33% 급증한 수치다.
애플은 지난 3월 말 기준 현금 보유액이 사상 최고 수준인 1940억 달러라고 밝혔다. 그러나 애플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은 대부분 해외에 있고 이를 미국으로 들이려면 30%가 넘는 세금을 납부해야 한다. 이에 애플은 2017년 3월까지 자사주 매입과 배당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고자 해외에서 채권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애플은 4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국내외에서의 채권 발행을 통해 조달했다.
신문은 채권 발행액이 투자자의 수요에 따라 달라지는 점을 바탕으로, 애플의 자금 조달 규모를 2000억 엔 전후로 전망했다. 한 전문가는 “2007년 미국 씨티그룹이 2700억 엔 규모의 사무라이 본드를 발행한 이래 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신문은 애플을 계기로 일본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하려고 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